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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소유 내역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른바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곧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 10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집단의 출자구조 매트릭스와 소유지배괴리도 및 의결권 승수를 4분기 중 공개하겠다고 답변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공정위는 출자구조 매트릭스 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을 돕고 나아가 기업의 소유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의 공개가 명확한 법적근거가 없어 사생활 침해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작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인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시도하려는 의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증권거래법은 동일인이나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에 대한 지분구조가 개별투자자들의 투자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이를 알리도록 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쉽게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동일인이나 특수관계인의 소유지분 총량을 아는 것으로도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공정위의 논리대로라면 사모펀드의 투자자들의 소유지분이나 외국계 펀드의 소유구조까지도 낱낱이 모두 공개를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공정위가 개별기업에게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어느 기업이 잘못된 기업소유·지배구조로 인해 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다른 기업이 스스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오히려 공정위는 기업간의 불공정한 담합행위를 시정하는 등 공정한 경쟁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도록 감시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최근 해외 투기자본의 한국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공정위가 시도하려는 소유지분구조의 공개가 이같은 적대적 M&A 시도와 관련한 각종비용을 절감시켜 줌으로서 기업소유·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공정위의 정책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 사회가 ‘과시성 투명성 증후군’에 빠져있으며, 법만 투명하게 만든다고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정위도 혹시 이같은 과시성 투명성 증후군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기 바란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