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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로 시한을 넘기는 쌀 관세화 협상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쌀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을 다시 10년간 늦추는 대신, 2004년 현재 4%(국내 쌀 소비량 기준)인 의무 쌀 수입량을 매년 2만씩 톤 늘여 10년 뒤에는 지금의 두 배인 8% 수준으로 올리는(5년후 단순점검을 통해 관세화 전환가능) 것을 주요 협상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가공용 쌀이 아닌 밥쌀용 시판이 단계적으로 10~30%로 증가하여, 수입쌀이 국민들의 밥상에 바로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쌀 시장 관세화와 쿼터량 상향조정을 통한 10년의 유예기간 확보 중에서 어느 쪽이 유리할지에 대해서 이해득실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복잡한 변수로서 국제가격, 환율변동 등과 같은 문제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누구도 그 결과에 대해서 쉽게 예측하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쌀 시장이 지금이 됐던 10년 후가 됐던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10년 전 UR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가까스로 쌀 관세화 대신 수입쿼터제로 쌀 시장 개방에 대한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농업의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10년 전의 똑같은 상황이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농업의 경쟁력 확보나 구조조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여러 차례 쌀 개방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 것은 사실이며, 그 결과가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아야 한다. 협상결과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줄이고, 쌀 시장 개방을 전제로 하여 이에 맞게 농업을 변화 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농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협상결과에 불만을 가지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집회를 통한 재협상 요구가 분명 능사는 아닐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협상 내용과 결과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향후 농업의 근본적인 체질강화를 통해 경쟁력확보 방안과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이다. 이와 함께 농민의 생계대책,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의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10년 안에 농업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각자의 충분한 준비가 요구된다. 정부는 쌀 관세화를 대비하여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농업의 근본처방에 힘써야 한다. 다양한 경영체계를 육성하고, 농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방안들을 강구해야한다. 농민들은 일정 수준의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자성과 각오가 필요할 것이며, 또한 정치권은 농촌지역의 표심을 의식하여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