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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오전 10시, 연세대 광복관에서 한국의 대표적 보수주의자라고 일컬어지는 연세대 사회학과 송복 교수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송복 교수가 교수로서의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자 10여명의 학생들은 순식간에 송 교수 주변을 둘러싸며 ‘꼴통 행세하면서 열심히 악령 홍위병 읊어대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연세대 정치경제학 연구회 목하회’ 등의 이름으로 낸 성명서 ‘송복 교수의 퇴임을 경축하며’를 배포하며 성명서 낭독까지 했다.
이들은 송복 교수가 ‘보수의 탈’을 쓴 채 실질적으로는 시대 착오적인 냉전논리에 편승하여 교수사회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데만 주력했다고 주장한다.
구성원 간의 상이한 주장을 서로 존중하는 다원주의,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할 대학의 지성들이 이러한 마녀 사냥 식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묻고 싶다. 학생들이 냉전수구라고 간주
하는 교수가 정년 퇴임하기 전에 학생들은 당당히 그 스승 앞에서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열린 공간에서 열린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했었는가?
정치성향이 어찌 되었든 간에 30년이 넘게 캠퍼스에서 교편을 잡은 스승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학의 지성이 상실된 시대가 급기야 이 땅에 도래하고야 말았다. 이러한 일련의 어이 없는 현상을 일부 개인이나 극히 소수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대학사회 시스템이 너무나 뒤틀려 있다.
우리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해버리는 한국 젊은이들의 미성숙한 태도를 비난만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결과를 야기하는 데에 일조한 기성세대의 편협한 가부장적 권위의식과 대학의 폐쇄적인 구조도 냉정하게 반성할 필요성이 있다. 올바른 권위이라는 것은 주어진 지위를 이용한 하향적 권력행사에서 나오기 보다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존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한심한 기성세대를 제대로 비판하고, 기성세대가 무분별한 젊은 세대를 올바로 계도하기 위해서 두 세대가 서로의 내면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려는 시도를 해야만 할 것이다.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 상대방의 진심을 올바로 인식하려고 시도 하지 않는 자는 상대방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