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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서 공정거래법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149 반대 92 기권3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개정안은 내년 4월 1일부터 시행되게 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현재30%로 제한되어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한도를 2008년까지 15%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출자총액 제한, 3년 시한의 계좌추적권 재도입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중 발동요건강화 등 부대조항을 신설하는 조건으로 여야간 합의를 마친 계좌추적권을 제외한 나머지 두가지 핵심사항은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 재계 등에서 수많은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그동안 공정거래법개정안이 기업투자활성화를 통한 경제살리기에 역행함을 누차 강조해온 시민회의는 이렇듯 중요한 경제문제를 여·야간의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는 국회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공정위에서도 인정하듯이 이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수많은 예외조항으로 누더기가 되다시피 된 제도다. ‘누더기 옷이라도 걸치는 게 낳다’라는 식의 규제만능주의로는 한국의 성장동력이 되살아날 수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는 기업에게 경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정부의 정책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집권 여당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의 경우도 지금과 같이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적대적M&A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적대적 M&A위협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투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하고 있다. 2001년말 8조 2000억원이었던 상장기업자사주 보유총액은 2004년 상반기 19조원을 넘어섰고, 주주배당총액도 2001년 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 2000억원으로 증가하였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일부분만이라도 신규투자로 이어졌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시민회의는 여·야가 소위 4대 법안에 올인하면서 정작 중요한 민생경제법안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지금의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17대 국회는 민생경제법안들을 정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하지 말고 경제논리를 통해 해결해 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