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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교육부총리가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라는 소위 3불(不) 정책을 발표했다. 대학입시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이 문제로 정부와 일선 학교, 학부모, 정치권이 해법을 찾아왔지만 결론은 또 다른 부작용만 양산해 왔다. 그것은 인간사회의 기본이 경쟁이고, 경쟁과 조정을 통해 모든 질서가 유지되는 근본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주체가 경쟁에 기초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데 완벽하지 못한 정책당국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고교등급제는 고교평준화를 없애고, 대학에 학생선발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 지역별 학교별로 성적의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한 채 모든 고교를 평등하게 취급하라는 것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의지를 꺾는 길이며, 자신이 속한 고교 학생들이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 또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길이다.
학보모와 학생들은 평준화 이후 교육의 질이 점차 떨어지자 해외유학러시와 외화유출이라는 '교육 엑소더스' 현상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중고교가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서 고교평준화를 유지해야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고교별로 평가한 학생들의 성적조차 조작되어 신뢰성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은 무슨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가. 교육부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또한 아무런 대란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교등급제만 철폐하라고 하면 이 또한 역차별이며 교육 백년 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다. 교육부는 고교평준화를 철폐하거나 학생들의 수준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본고사는 우리 대학 입학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입학제도이자 가장 합리적인 제도이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이래 그나마 대학 본고사가 유지되었기 때문에 대학은 자기들이 원하는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1년 본고사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이후 수많은 대체 제도들이 도입되었지만 부작용만 양산했다. 사교육비도 줄지 않았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13조원으로 정부의 교육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교육부가 내신반영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대학들은 50, 60% 비중으로 반영한다고 하면서 실질 반영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내신의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본고사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이를 부활하고, 선발 방식도 대학에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별로 선발하는 학생이 차별화 되어야만 학생도 다양한 수학이 가능하다.
기여 입학제는 교육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할 제도다. 기여입학제로 교육의 권리가 빈부에 따라 차별 받을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학재정의 건전성 등을 위해 한국도 선진국의 예처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학도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갖춘 대학만이 살아남아야 한국도 세계 10대 대학이 탄생할 수 있다. 시민회의는 이번 교육부가 발표한 3불정책이 우리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권위주의시대의 발상에 불과함을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주장해온 고교평준화폐지, 본고사 부활, 기여입학제 도입을 다시 한번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