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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교 등급제 계속 금지
여러 대학들이 고교간 차등을 두어 학생들의 내신을 평가해 온 것은,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들의 자연스러운 요구에서 비롯된 바도 있지만, 객관적 평가를 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고교간 커다란 학력차이가 나는 조건에서 이 차이를 무시하고 내신을 반영한다면 이는 명백한 불평등이며 불공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부총리는 고교등급제를 금지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하여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교간 학력차를 부정하고 내신을 반영하는 것은 평등의 이름으로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안부총리가 이를 고수하고 옹호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2.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주장
안부총리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세가지의 규제를 계속 하는 한 대학의 학생선발권에서 자율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엄청난 규제를 하면서 자율이 보장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다.
안부총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만, 입학생의 구성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발전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발굴하여 이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언사이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인 만큼 학습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부정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도 어려운 발전가능성이나 다양성을 언급하는 것은 대학의 본질적 기능마저 몰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교육도 치열한 경쟁속에서 산업화하는 세계적 추세에서 안부총리와 같은 발상을 갖는 사람이 교육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교육경쟁력의 미래를 매우 암울하게 한다.
3. 대학과 고교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자는 제안
이번 호소문에서 안부총리가 내놓은 이른바 대안이라는 것이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에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대표성을 갖고 참여할지 짐작이 되는 조건에서 이런 협의체가 건설적 기능을 하리라는 기대를 전혀 가질 수 없다. 정부의 대학 선발권 규제 방침이 명확한 조건에서 무엇을 협의하고 개선해 나갈지 전망도 불투명하다. 협의체 구성안은 이른바 여론수렴이라는 미명하에 협의체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이를 통해 교육부 방침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편의적 발상으로 판단된다.
4. 결론
교육부총리는 알맹이 없는 호소문을 발표하기 보다는 현실에 맞게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여 그렇지 않아도 국제수준에서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이 향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바 교육 엑소더스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며, 이런 기회에 접근하기 조차 어려운 빈곤층만 구조적 피해에 노출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