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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은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를 전면 재검토 할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공정위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온 시민회의는 정부당국의 이 같은 인식변화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
사실 공정위 본연의 임무는 기업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경제활동의 기본질서확립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공정위가 그동안 그 임무에 충실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현재 공정위가 맡고 있는 업무는 경쟁촉진, 소비자 주권확립, 중소기업 경쟁기반 확보, 경제력 집중 억제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억제에 그 역량이 대부분 편중되어 있다 보니 공정위의 임무가 마치 대기업규제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다.
공정거래법은 기업들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켜 궁극적으로 전체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대화 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경제력 집중이 일반화 되면서 나타난 기업간 담합행위와 독점을 방지하는 것이 공정위의 임무이며 그 최종목적은 전체 소비자의 후생증진이다. 그런데 지금 공정위는 자신의 임무를 ‘재벌개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미국의 경우 뛰어난 경영성과로 한 기업이 독점상태에 들어갔다고 해도 단순히 독점 그 자체를 문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독점 상태에 들어 간 후 다른 기업의 진입을 막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뛰어난 경영성과로 ‘독점’상태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각종규제를 당하게 된다. 경영을 잘하되 너무 잘 하진 말라는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선진 각국의 경우 시장집중만을 경제력집중으로 간주하는 경쟁정책을 펴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시장집중, 소유집중, 일반집중 모두를 경제력 집중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유집중에 대해서 엄격한 규제를 펴고 있다. 그러나 소유집중을 통한 경제력 집중이 과연 국민경제의 전체 이익에 반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 어떠한 실증자료도 제시된 바 없다.
공정위의 행정소송 패소율은 55.6%(자료:국회정무위원회)에 달한다. 더욱이 2001년 30%, 2002년 47.1%등 매년 패소율이 급증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경제검찰 공정위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반면 최근 3년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비율은 2001년 32.9%에서 2003년 43.2%로 높아졌다. 양자 관계에서 “을”일 수밖에 없는 기업이 과연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항고를 하고 있는지 공정위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무리한 법적용과 뒷받침 약한 관련 법조항등에 대해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글로벌화 되고 기업들의 집중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권익이 침해받을 소지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역할과 위상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공정위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 공정위의 정체성에 대해 이제 공정위 스스로도 고민을 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