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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고교의 학력격차를 인정하는 고교등급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13일 연세대가 수시 1학기 모집에서 고교 등급제를 통해 강남, 서초구 소재의 학교 학생들에게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최대 10%의 혜택을 준 의혹을 제기 하였다. 연세대가 학생부 성적을 60% 반영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학생부 성적이 합,불합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20%인 나머지 전형요소가 당락을 결정한 것이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연세대는 학생부 반영률이 낮았을 뿐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고교등급제가 존재한다면 고교 3년의 교과 성적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또한 연세대나 다른 대학들이 내신성적의 비중을 거의 없애는 대신 다른 전형요소에 치중해 학생을 뽑았다 하더라도 비교과성적이나 서류평가, 면접 등이 객관적이고 공평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고교 등급제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전교조의 발표 자료는 강남, 서초구 수시 모집 합격자 57명과 비강남권 응시자 9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분석, 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고, 표집 수가 너무 적어 유의한 결과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를 유사이래 최대 입시부정으로 규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사는 곳에 의한 제도적 차별이라는 주장은 과잉해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는 자체가 현 입시제도가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8학년도 입시제도 개선 안이 시행되면 교과성적 산출방식이 상대평가로 바뀌기 때문에 대학이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30년간 정부에 의해 교육정책은 매번 수정되었지만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해 왔기에 정부의 발표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근본 문제는 학교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무시한 정부의 입시 정책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탓이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고교간 학력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다. 학교간의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하고 전국 학생들의 성적을 똑같은 잣대로 일률적으로 입시에 적용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정부는 이제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 해 보아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를 재발방지 차원에서의 대책 강구가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와 인재 육성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대학교가 우수 인재를 확보해서 가르치는 것은 국제경쟁 사회에서 당연지사다. 지금 현재 고교평준화 제도하의 석차등급제는 변별력이 떨어져 우수학생 선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입시전문가 뿐 아니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시민회의는 대학의 학생 선발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이제는 대학이 학생의 정확한 학력을 판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학 입학 전형 과정에서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이 있었다면 시정 조치를 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이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대학 선발권을 통제하고 있는 현 제도를 개선하고 나아가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