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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달려라 하니’로 명성를 얻어 현재 KBS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성우 장정진씨(51)가 지난 13일 KBS 2TV 오락 프로그램 녹화 도중 경쟁적으로 떡을 먹는 게임을 하다 기도가 막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씨가 출연한〈일요일은 101%〉의 코너 중 하나인 ‘골목의 제왕’은 인기스타들이 출연해 고향 진흥 기금을 놓고 추억의 게임을 하는 것으로,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 일정 거리에서 술래에게 다가가 술래를 잡으면 되는 게임을 응용하여 술래에게 잡히지 않고 술래가 구호를 외치는 짧은 시간 안에 떡을 많이 먹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씨는 게임에 열중해 급하게 떡을 먹다 이와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장씨는 사고 발생 4일째인 16일 현재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 중에 있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우 한사람의 생명이 위험하게 되었다. 최근 각 방송사마다 시청률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저급하고 가학적인 오락 프로그램들을 틀어대고 있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라고 외쳐대던 KBS가 시청률에 눈이 어두워 출연자들의 인격이나 안전은 무시한 채 흥미만 유발하는 저급한 가학성 프로그램들을 대거, 그것도 가족 단위 시청자가 많은 주말 시간대에 편성하여 운영해 오다가 이와 같은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 방송사들의 오락 프로그램들 마다 출연자들에게 힘을 겨루게 하는 게임을 시킨다던지, 군인들도 힘들다는 훈련을 받게 한다던지, 격투기류의 운동을 시킨다던지,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게 하면서 TV를 보는 시청자가 아찔할 정도로 위험해 보이는 장면들을 최근 많이 연출하고 있다.
과연 얼마나 안전장치가 되어 있고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역시 그러한 대비는 미비했다. KBS측은 이번 장씨 사고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먹는 게임을 폐지하기로 했고,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요원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방송사들도 이제야 앞 다퉈 오락 프로그램에 안전요원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이제라도 방송사들이 출연자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 요원 배치 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출연자들을 위험천만한 게임이나 미션으로 내모는 현재 각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행태의 개선이다.
타 방송사도 예외일 수는 없지만 KBS가 진정 공영 방송이라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익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청자 스스로가 KBS 채널로 눈이 가게 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면 시청률은 당연히 높아지고 광고 수입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KBS는 개혁과 혁신의 대상이다. 1TV는 편파방송 시비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2TV는 부족한 광고 수입을 메우기 위해 아예 상업 방송으로 전락해 버렸다.
국민의 혈세인 시청료를 받아먹고 사는 공영 방송으로서의 공공성과 공정성은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가장 중요한 매체인 방송이 이와 같이 성숙되지 못한 현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문화 선진국을 자처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에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KBS측이 문제가 된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을 모색하기를 촉구한다. 더불어 각 방송사들이 더 이상 과도한 시청률 경쟁의식에 사로 잡혀 출연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급한 오락 프로그램에 대해 재고 하고 시청자에게 유익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들어 가기를 촉구한다.
방송은 시청자에 의해서 그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시청자가 등 돌린 방송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각 방송사의 제작자나 관리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