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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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4월부터 ‘부채비율100%미만의 출자규제 졸업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지배구조 모범기업 등 새로운 졸업기준도입, 계좌추적권 재도입, 재벌계열금융사의 자회사 의결권 단계적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계와 정부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고 결국 7월 임시국회는 물론 지난주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9월초의 정기국회에서 법안소위 및 정무위 전체회의심의, 법사위 심의를 거쳐 국회본회의 의결절차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현재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거기에 더해 국내 기업에 대한 의결권제한, 출자총액규제등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반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펀드는 산업자본인지 금융자본인지 정체도 모호한 상태에서 거의 제약없이 국내 금융산업을 접수해가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외국계펀드에 의한 인수 합병이 과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었는지도 따져볼 문제이다. 막대한 가치를 지닌 풋백옵션까지 붙여가면서 헐값에 팔아넘긴 제일은행의 경쟁력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계 펀드에 인수된 국내금융기관의 성과는 초라하다 못해 민망할 정도다.
국내에 들어온 펀드들은 명목상으로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고배당과 유상감자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가는 등 자신의 이익극대화에만 관심을 둘뿐 국내경제는 이들에게 관심밖의 사항이다. 이들의 경영권 위협은 결국 국내 기업이 장기성장의 기반이 되는 투자를 줄이고 경영권 방어와 외국주주들에 대한 배당에만 관심을 둘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금융시장의 개방으로 사실상의 토종은행이 없어진 뉴질랜드가 왜 토종은행인 키위은행을 설립하였는지 주지하여야 한다. 더 이상 국내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IMF이후 국내 기업의 투명성은 상당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내년 1월부터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다. 앞으로 시장이 인정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제 시장뿐만이 아니라 법원에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에게 역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한 각종 법안들이 계속 존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심판자에 머물러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민회의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요소가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고되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게 안된다면 외국계 펀드인 론스타나 소버린에 대해서도 산업자본의 편입여부를 정확히 밝힌 후 국내기업과 동일한 의결권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국부유출이 심각해지고 국가의 인프라인 에너지 산업이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넘어가려는 마당에 이제 더 이상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시민회의는 기업들 역시 주주중시 경영과 투명한 소유구조를 지속적으로 지향해 나가야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키고 기업활력의 제고와 경제회생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