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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한·중 구두합의에 관하여-
한·중 양국의 23~24 양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 결과 중국의 고구려사 문제해결을 위한 ‘5개 구두 양해 사항’에 합의했다. 현재 양국 외교상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정치권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국민적인 성토,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겨우 그 해결의 실마리는 찾았다고 평가하겠다. 그러나 이번 양측의 합의는 그 결과가 도출된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모두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물론 24일 한·중간의 협의가 서면으로 된 법적 효력이 있는 '공식합의문'이 아닌 구두로 된 '양해사항'으로 결정된 것이 중국측이 아닌 우리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는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할 구속력이 없는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재발 가능성 높다는 점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합의 과정에서 중국측이 역사 왜곡을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영토와 국경에 대한 상호존중' 등을 합의문에 담을 것을 주장하여 고구려사 왜곡 파문의 책임 소재를 흐리게 하려는 노림수를 가지고 임했다는 점, 협상 이후에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이전에 삭제한 한국사를 복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 중국 내 언론이 이같은 양국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점 등은 중국이 과연 우리 외교부의 해석대로 더 이상의 정부 차원에서의 고구려사 왜곡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시민회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사 삭제 파문 당시 성명과 시위 등을 통해 중국측의 사과와 시정 조치,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미흡하지만 구두 합의라는 소기의 성과가 달성된 이유는 정치권과 국민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도 참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결과라는 것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스스로 이제 겨우 한발을 내딛은 것이라고 인정한 이상 역사 왜곡의 완벽한 해결을 위해서 그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통일적 다민족국가정책이 쉽게 거둬들여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중국측이 한반도 통일 후 불거질 수 있는 영토문제까지 포괄하여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정부가 천명한 강경 대응 방침에 추호도 물러섬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에 시민회의는 향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의 시급하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5개 항목을 실현할 수 있는 외교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중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고구려사를 왜곡한 점을 공식적으로 사과 받고 향후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라.
둘째,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한국사 복원과 왜곡되어 있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문헌 및 홍보 자료 등의 즉각 수정을 요구하라.
셋째, 한·중 양국이 중국의 지안(集安)지역 등에 산재한 고구려사 유적의 발굴과 연구, 보존을 위한 공동조사와 향후 동북아 지역 공통의 역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양국 협력 프로젝트를 모색하라.
넷째, 위와 관련한 내용을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 시 협의 과제로 삼아 해결점을 논의하라.
다섯째, 향후 중국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다시 발생할 시에는 외교적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