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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드디어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2002 FIFA 월드컵’의 서막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프랑스와 세네갈 간의 개막 경기를 시작으로 열린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그림 같은 슛과 골세레모니가 펼쳐지고, 관중들의 함성이 어우러지는 경기장은 한마디로 대서사극이 연출되는 장대한 인류 축제가 될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과 인사들은 이번 월드컵이 지난 88올림픽 이후로 한국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官주도로 이루어진 88 올림픽과는 달리 이번 2002 월드컵은 많은 민간 단체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보다 차원 높은 행사가 이루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월드컵이 의의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주최한다는 사실이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멀게만 느껴지고, 얽히고 설킨 드렁칡마냥 뒤틀린 한일 관계를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특히 일본이 역사 교과서와 종군위안부 문제, 총리의 신사참배와 같은 문제들에 있어서 한국이 수긍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여 양국 간의 갈등이 조금이나마 완화되기를 바란다.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각종 게이트와 부정부패, 정치권의 한심한 작태들로 인하여 국민들의 월드컵 열기가 상쇄되지 않길 바란다. 정부 주도의 국가행사가 아닌 일반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차량 2부제의 적극적 참여, 친절과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을 보여 줄 때 경기장 外에서의 진정한 승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표선수는 경기장에서 16강 진출, 국민은 경기장 밖에서의 우승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월드컵에 있어서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16강 진출이다. 하지만 16강 진출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참가한 각국의 선수들이 월드컵의 기본 이념인 인류의 화합과 융합에 기여하고, 승패를 떠나 ‘페어 플레이'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월드컵을 국가간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아닌 평화의 제전으로 만드는, 인류 보편적인 이념인 평화와 평등에 기여하는 진정한 꿈의 구연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2002. 5. 30.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