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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직권중재회부에 반발해 파업중인 국내의 대표적인 고임금 기업인 엘지칼텍스정유의 장기파업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는 4일 기존의 강경투쟁자세에서 한발 물러나 사측의 자율교섭 약속, 경찰병력철수, 노조출입 등을 철회하면 업무에 복귀할 의사가 있으나 복귀시한을 6일로 못박고 압박을 계속하면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은 업무복귀 마감시한으로 정한 6일을 고수하면서 노조가 먼저 불법파업을 풀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기존방침을 재천명하고 있어 파업주동자를 포함한 노조원의 대량해고의 가능성등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엘지정유 노조의 파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그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우선 엘지정유 노동자들은 생산직의 평균임금이 6,920만원에 달하며, 학자금과 의료비 지원, 웰빙이 겸비된 사택 등 국내 최고수준의 복지혜택을 받고 있어 이번 파업은 소위『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파업의 명분이 임금인상만이 아니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복지기금의 갹출 등 다른 조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번 파업을 보면서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아직도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엘지정유 보다 훨씬 열악한 근로환경과 낮은 임금을 감내하면서 일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속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청년)실업자들이 이번 파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염려된다. 급기야 파업을 보다 못한 여수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협의회를 결성하고 파업중단을 호소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번 파업의 과정에서 노조는 정상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 얼마 전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직원 집 앞에‘배신자’란 비방 글을 부치더니만 이번에는 自社의 최고경영자를 故김선일씨에 비추어 패러디화한 풍자적인 퍼포먼스를 벌임(후에 노조는 사과성명을 발표)으로서 사회적 지탄을 받음과 동시에 故김선일씨 가족과 국민의 마음에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안겨준 결과를 초래하였다. 오죽하면 다수의 민주노총조합원이 당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이례적으로 민주노총에 이번 사건이 매우 부적절했으며, 사려 깊지 못했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겠는가?
뿐만 아니라 파업장인 조선대에서는 파업노동자들이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함으로서 학생들의 항의와 대학측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른 장소로 옮기려 했으나 거절당하고 서울로 집단 상경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엘지정유 노동자들이 이러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넘어, 이 지경이 되어버린 상황을 과연 원상회복 시킬 수 있을가? 에 대해 회의감마저 갖게 한다.
요즈음 주요 머리기사로 연일 보도되는 바와 같이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 그동안 수출로 근근히 버텨오던 한국경제는 주요시장에서 향후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高유가 등으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때는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앞섰던 중남미 국가들이 왜 아직도 2,3류 국가에 머물고 있는지 다시 한번 냉철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반복, 지속된다면 한국이 이들 국가의 전철을 이미 밟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지나친 과장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일본 경단련 회장이 방일중인 열린우리당 대표에게 對한국투자를 막는 요인으로 격렬한 투쟁을 벌이는 한국의 노동쟁의 실태를 언급한 것은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과장됐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겸허히 되새겨 봐야할 대목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가동의 중단사태까지 몰고 갔던 엘지정유 노조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사측은 지금까지 보여준 단호한 태도에서 물러나 이전에 파업해결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다른 기업들이 노조와 적당히 타협했던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일부 대기업 귀족노조의 일탈행위에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여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추궁, 무노동 무임금 원칙 등 노사관계에 있어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투쟁일변도의 행태가 산하 단위노조에서 발발되지 않도록 민주노총 스스로도 투쟁노선과 방식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노와 사, 그리고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걱정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바램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제를 위하는 길인지를 헤아려 성숙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