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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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이틀에 걸친 전체 회의를 통해 지상파 방송 3사의 대통령 탄핵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편파성 문제를 논의한 끝에 이에 대한 심의를 각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회견문에서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심의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심의는 방송관계 법령과 심의규정에 따라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각하의 이유를 밝혔다. 과거 방송위가 수해(水害)방송이나 인권 침해 등의 사안에는 포괄적으로 심의를 한 적이 있고 방송법상에도 이 같은 경우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방송위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방송위는 이미 지난 석달간이나 탄핵 방송에 대한 심의를 늦장 진행해 오다가 고유의 업무인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전문가 집단에 맡긴다는 이유로 언론학회에 떠넘겼다. 그런데 이제 그 보고서까지 나온 상황에서 갑자기 심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이를 각하하는 것은 방송위가 결국 탄핵 방송의 공정성 판단을 회피한 것으로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하겠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특히 보도 분야에서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난 언론이다. 그러므로 방송위원회는 방송을 제대로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 물론 방송의 특성상 사전관리가 힘든 점을 인정할 수 있지만 문제가 있을 시에는 차후라도 이를 엄격하게 따져서 잘못된 선례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방송위원회의 올바른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안이 매우 중대한 탄핵 방송이 심의할 사안인가 아닌가를 제대로 판단하지도 않고 덥석 심의에 올리고서는 이제 와서 ‘방송 관계 법령과 심의규정에 따라서 심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각하한다.’ 라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의 책임방기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한 탄핵 방송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언론학회에 의뢰하면서도 심의위, 사무처, 상임위 어느 쪽도 정확한 의뢰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내용 설명과 가이드라인 제시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려고만 하는 방송위 구성원들의 태도는 한심한 수준이다. 심의위는 필요도 없게 된 보고서의 용역을 맡겨 혈세를 낭비하고 또한 그것을 사전에 공개하여 탄핵 방송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켜 놓고서 결국 방송위 전체 회의로 그 결정을 떠넘겼다. 이와 같은 행태는 심의위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스럽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시민회의는 향후 정치 보도에 대한 공정성의 잣대를 마련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이번 탄핵 방송의 편파성에 대한 판정이 방송위의 직무유기로 외면당한 것에 대해 방송위를 강력히 비판한다. 또한 금번 결정으로 인해 방송을 향한 국민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방송을 선도할 최후의 보루인 방송위의 갈지(之)자 행보에 흔들리고 혼돈을 겪을 것은 결국 국민이라는 것을 방송위의 구성원들은 왜 모르는 것인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국민의 혼란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방송위원회는 향후 내부 정비를 통한 인적 쇄신과 함께 방송에 대한 추상(秋霜)같은 심의와 결정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방송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