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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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들에 납치된 후 나흘 뒤인 6월 3일 AP통신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 외교부에 전화로 문의했으나 이를 묵인했다는 AP통신의 발표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실로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아직 사실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AP측의 주장에 의하면 6월초 AP통신 바그다드 지국에 비디오 테입이 배달되었고 테입 확인후 AP통신은 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김선일 씨의 실종여부를 물어 왔으나 외교부는 ‘어떤 한국인도 실종되거나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는 AP통신에서 이러한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AP통신과 진실싸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혹들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감정이 악화되면서 감사원은 25일 외교부를 상대로 김씨 피살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AP통신의 피랍사실 확인에 대한 외교부의 처리 내용, 외교부의 최초 피랍정보 취득경위와 보고체계, 정부의 협상과정 등 대응실태, 이라크 내 교민 안전관리실태 등을 집중 조사 하고 있다. 외교부는 25일 김선일씨 피랍 비디오에 대한 AP통신의 확인통화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감사가 마무리되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되며, 이에 대한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의 발표내용이 사실일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김씨 피랍이후 21일간이나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살했다면 이는 외교부의 조직적인 은폐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럴 경우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 전체는 도덕성에 있어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설령 AP통신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김선일씨가 납치된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그 행방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외교부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며 이는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라크 현지에 있는 한국인들은 공관 직원을 제외하면 겨우 57명이다.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의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는 교민들의 행방을 수시로 확인하고 이들의 안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전쟁중인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현지 교민들도 김씨의 납치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외교부만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외교부가 문책을 두려워해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기본적인 임무조차도 게을리한 셈이 된다.
9개월전 이라크파병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외교부는 이라크내 무장세력들의 저항에 대비해 다각도로 준비를 했어야 했다. 현지 교민들의 신병파악업무는 물론 현지 저항세력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자체적인 협상채널 구축 등이 파병준비와 더불어 추진되었어야 했다. 우리 국민들은 김선일씨의 죽음과 관련하여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외교부의 안일하고 무능력한 대응은 이런 국민들의 슬픔을 더욱 크게 만들었으며 결국 사회 곳곳에서 분노로 폭발하고 있다. 시민회의는 이번 김선일씨의 사건과 관련하여 외교부의 정보수집능력, 위기대처능력, 교섭능력 등의 허술함을 강력히 규탄하며,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김씨 관련 사건 진실이 철저히 밝혀 지기를 기대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