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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재고가 요청된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행정수도이전 후보지 4곳을 오늘 발표함으로서 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한 사업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회의는 수도권 과밀화방지, 지방화 및 국토 균형발전의 달성 등 현정부가 이전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그 필요성은 일부 인정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 정책을 현행대로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간과하기 힘든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이 지난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된 것은 제17대 총선에서 충청지역의 표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의 정략적 계산에 의한 결과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며, 따라서 이는 대통령 탄핵문제와 같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 번 탄핵안의 경우 비록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이 법의 당위성을 100% 담보하지는 못한다. 또한 특별법 통과 당시 충청권 표를 의식하여 특별법 통과는 찬성하되 나중에 예산을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하에 이를 찬성한 한나라당은 그 책임을 더욱 통감해야 한다. 과연 지금 무엇이라고 국민에게 변명을 할 것인가 묻고 싶다.
둘째, 여당은 행정수도이전이 대선 공약이며,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하였기 때문에 국민이 이에 찬성하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행정수도 이전은 많은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행정수도 이전공약 때문에 노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도 있지만 행정수도이전공약에는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노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대선공약이라서 꼭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열린우리당의 대선공약이었던 공공아파트 원가공개 공약을 두고 노대통령은 원가공개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자신의 의중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원가공개가 총선공약에 포함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모든 공약이 다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다 지켜져야만 되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이 사안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셋째, 신행정수도건설이전이라는 주장도 문제이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이전도 함께 추진되면서 행정수도이전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이 다같이 움직인다면 이는 행정수도이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수도이전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수도가 이전되면 향후 대한민국 수도의 명칭이 바뀌면서 전 세계의 세계지도에서 한국의 수도가 바꾸어져야 한다. 이는 역사상의 천도(遷都)와는 개념상 다소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적어도 천도에 준하는 사항이며, 이를 수사적 표현으로 교묘히 피해가려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따라서 천도에 가까운 중차대한 사안이라면 이는 국민의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된 토대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순리이다.
넷째, 행정수도 이전에 따르는 비용조달도 큰 문제이다. 정부예산은 11조가 필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현정부청사건립비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추정된 것으로서 실제 비용이 지금 정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과거 고속전철 건설비의 경우 예상비용은 4조이었지만 실제로는 20조까지 늘어난 일이 있다. 또한 정부가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기존 정부건물의 매각 등으로 재정에 큰 부담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도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더구나 현재 미군감축으로 인해 자주국방에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수도이전비용까지 감당하기에는 우리나라 재정이 턱없이 모자라다. 특히 경제회복, 실업문제해결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한 현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최우선과제처럼 추진되어야 하는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다섯째, 비용문제와 관련하여 지방화, 분권화, 수도권과밀화억제 등 행정수도이전에 따르는 효과가 과연 기대할 만한 정도인가에 대해 비용-편익(Cost-Benefit) 분석이 철저히 요구되며, 오히려 당초기대와는 달리 수도권이 더욱 광역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아울러 장차 통일이 된다면 그때는 통일한국의 수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시민회의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신행정수도건설정책은 말 그대로의 수도이전으로서 수도이전이라는 중차대한 사항을 지금과 같이 급하게 밀어붙일 경우 국론분열 등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점을 반드시 이루어 낸 후에 추진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하고도 강력하게 촉구하고자 한다. 또한 수도이전 정책에 여당의 차기정권 재창출을 위한 충청권 지지기반확충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면 이는 더더욱 큰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울러 시민회의는 이상과 관련하여 (가칭)수도이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