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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특별사면으로 구속 노동자 7명을 가석방 심사대상으로 한다는 법무부의 발표에 양대 노총은 정부조치가 미흡하다며 5월 말 대규모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이 달 말에 실제로 강력투쟁을 벌일 지는 미지수이다. 양대 노총이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활용해 정부를 대상으로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하겠지만 그 시도가 먹혀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세계인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실수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표면적으로나마 노동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사업장별로 월드컵 기간 동안만은 분규를 자제하겠다는 ‘노사협력선언’이 401개 사업장에서 채택되었다. 석가 탄신일 특사로 7명의 노동자를 가석방 대상으로 한다는 것 등 최근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노동문제의 본질을 빗겨나가는 보여주기 식 노동정책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박 겉 핥기 식 전시행정으로 평화롭고 성공된 월드컵을 치르려는 것은 정부의 오만에 불과하다.
정부가 월드컵 행사에 걱정거리로 작용하고 있는 노동계의 총력투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전부 수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간에 기별도 안가는 빈약한 화해 제스처는 오히려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정부가 노조를 대등한 대상이 아닌 달래는 대상으로 보는 한 노동문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노동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개막이 며칠 남지 않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노동계가 월드컵을 권리요구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양대 노총의 본심이 월드컵을 망치기 한 것이 아닐 지라도, 노총의 대정부 요구가 수긍이 가는 사항일지라도 그 방법론이 올바르지 않다면 양대 노총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이 곱지 만은 않을 것이다. 양대 노총은 월드컵을 노조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되며, 정부 또한 월드컵을 핑계로 노동문제를 회피하기 보다는 보다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2002. 5. 13.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