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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비리에 대한 책임회피인가, 노풍에 대한 정치적 배려인가?>
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각종 게이트 의혹과 세 아들의 비리연루로 인한 물의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선언했다. 김 대통령의 탈당선언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볼 때 정치적인 과감한 결단으로 보일 수 있으나 부정적으로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고단수 책임회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탈당의 명분을 둘러싸고 여야의 반응은 천양지차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아들 비리 의혹을 덮고 민주당을 도와주기 위한 위장탈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탈당선언은 세 아들과 연루된 비리 사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돌파구임에는 분명하나 그것이 곧 각종 비리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무가 면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탈당의 명분을 국민들이 신뢰하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다음의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는 탈당선언 이후 국정운영에 있어서 김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정치적 중립노선을 추구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비상중립내각을 구성은 아닐 지라도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공정한 선거 관리, 경제회복 등을 위해 대통령과 현 내각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을 수긍 시킬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과거 전대통령들이 정책적 실패 및 정치적 궁지에서 도피하기 위한 정치적 이미지 관리로 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속임수에 기반 한 위장탈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둘째는 김 대통령이 세 아들의 비리로 인하여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민주당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탈당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김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김 대통령이 진실로 민주당의 악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면 아들 문제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들들의 비리에 관한 적극적 조치를 대통령이 취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결코 감소시킬 수 없을 것이다. 겉으로만 하는 대국민 사과로는 실추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호응하는 자세와 함께 김홍걸 씨가 조속히 귀국해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통령의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김 대통령은 야당에서 나오는 정치적 비판들을 중단시키고 각종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며,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문제와 같은 당면한 국정 현안들을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탈당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탈당선언에 이은 적극적 행동 및 후속 조치가 없이는 역사적으로 평가 받는 지도자로 결코 남을 수 없음을 김 대통령이 인식하길 바란다.
2002. 5. 7.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