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6일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등 3당 간사회의에서 26개의 여성전용선거구제도를 17·18대에 한해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이 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화할 경우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273명에서 299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성전용선거구제란 전국을 26개 광역지구로 나눠 선거구를 정한 뒤 여성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제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이다. 물론 여성의원의 비율이 5%대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의 정치진출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7대 총선이 불과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아직 지역구 선거구 획정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이러한 합의를 한다는 것은 총선에 있어서의 여성표를 의식한 급조된 선심이 아니라 할 수 없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성전용선거구제의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여성만 입후보권을 주는 이 제도는 오히려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점에서 위헌소지가 있다. 이미 각 정당은 평등실현을 위하여 비례대표제에서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겠다고 하였다. 여기에다 여성전용선거구제도까지 도입된다면, 이는 합리적 차별의 범위를 넘어선 과잉조치에 해당될 것이며, 오히려 지역구 공천이 남성 위주로 흐르거나, 이미 합의한 비례대표 후보 50%이상 여성후보 공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소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도 도입논의가 지역구를 10석가량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점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원정수를 273명으로 동결시키기로 합의한 사항에 위배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현역의원 기득권지키기 차원에서의 지역구 의석수는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여성정치인의 진출을 위한 제도개혁이라는 순수한 취지보다는 각 정당의 정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 보여진다.
또한 여성전용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 정당, 여성전용선거구 후보에 대해 각각 투표해야 함으로써 1인 3표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따라 1인 2표제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여성전용구 투표까지 3표를 행사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복잡한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선거관리는 복잡해지며, 그에 따른 비용도 늘어나게 되면서, 투표율은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진출 활성화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여야가 획기적으로 합의한 비례대표 50% 할당제를 충실히 실행함으로써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시켜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확대하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정략적 계산처럼 오해를 받고, 정치제도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한시적제도의 마련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