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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간 FTA체결 비준안이 세번째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으나 국회의장과 각당 지도부의 약속과는 달리 또다시 무산되었다. 이로서 한국은 국제통상의 미아로 전락함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믿을 수 없는 나라로 각인 되지 않을까 지극히 우려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다음번에도 FTA 비준안 통과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현재 184개의 FTA가 각국간에 체결되고 2002년 FTA 체결국간의 교역량이 세계교역의 22%를 차지하는 등 작금의 국제교역에서 FTA가 대세이다. 그러나 세계10위권의 교역국인 한국은 WTO 146개 회원국 중 몽고와 함께 단 한건의 FTA도 체결하지 못한 나라로 계속 남게 되었다. 이번 사태로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설 땅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일, 한·싱가폴간 자유무역협정 논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침은 물론 향후 여타 국가와의 협의에서도 커다란 부담을 갖게 되었다.
한편 FTA 체결당사국인 칠레 상원이 지난 달 만장일치로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한국의 비준동의안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칠레에 대해서 외교적으로 커다란 결례를 범했다. 경제적으로는 한-칠레 FTA 체결이 지연되면서 이미 칠레시장에서 자동차, 휴대전 등 한국의 주력수출제품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18.9%와 9.5%로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이미 다른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관세차별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시민회의는 그동안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회에 대해 조속히 한·칠레 FTA 비준안 통과를 촉구해 왔다. 이에 FTA 비준안에 대한 투표방식을 둘러싸고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국가의 이익을 저버린 채 오로지 당리당략과 자신들의 정치적 득실, 그리고 다가올 총선에서의 표만을 의식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인데 대해 개탄해 마지않는다.
아울러 이러한 와중에서도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수감 중인 서청원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안을 전격적으로 상정, 통과시킨 것은 국민의 기대와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석방결의안 통과가 국정운영에 있어 과연 그토록 중요한 현안이었는지? 이같은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대선자금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국회는 쏟아지는 비난에 진실로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국회의원은 특정 소속정당이나 자신의 출신구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 사안이나 민생문제 등의 해결에 있어 혼신을 다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라도 끝까지 국정현안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임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