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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개념에 우위를 둔 현 교육정책 기조는 수정되어야 -
최근 서울대(사회과학연구원)가 지난 34년간의 사회과학대학 신입생 입학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출신 수험생의 입학률이 전국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고소득 전문직 부모를 둔 수험생의 입학률이 일반 가정학생들에 비해 17배나 높았으며, 이는 부모의 경제적 형편(또는 학력수준)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짓는데 상당한 영향을 줌으로서 이른바 ‘교육의 대물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고교평준화로의 입시제도 변경이 소득계층 고착화를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저소득층 자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교평준화는 지난 1974년 서울과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과열 입시경쟁 해소와 계층간 위화감을 없애고 평등한 교육기회의 제공이라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고교평준화는 기대와는 달리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함으로서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고교평준화는 과열 입시경쟁 해소에 별로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학력수준을 무시한 채 우수한 학생과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하게 함으로서 학생수준에 맞는 수업을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전반적인 학업수준의 질적 저하만을 가져와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와 신뢰는 무너져버렸다. 이 결과 학원과 고액과외 등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신하면서 가계에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번 서울대의 조사결과도 사교육비의 부담능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계층간의 위화감을 불식시키기 보다는 고교평준화 시행 이후 고학력 부유층 가정과 일반 가정의 명문대 진학률의 차이가 심화됨으로서 계층간의 위화감을 확대시켰다. 명문고와 유명학원 등 보다 나은 입시교육 환경을 갖고 있는 서울 강남8학군에서 자녀 교육을 시키기 위해 강남으로의 이주를 희망함에 따라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폭등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이에 설립 초기부터 고교평준화 정책에 반대해 온 시민회의는 고교평준화 정책이 당초 의도한대로 교육현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정부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내세우면서 이번 조사결과가 혹시 고교평준화 반대로 비쳐지지나 않을까 우려하지 말고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동 정책에 대해 학계, 정부,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여 진지하게 재검토할 수 있는 자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교육정책의 기본방향은 학생 개개인의 지적능력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어떠한 교육제도가 이 같은 상황에 보다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가를 다시 설정하는데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전기를 진실로 마련하려면 기본적으로 평등개념을 우위에 두는 현 고교평준화 정책기조는 수정되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