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 여부에 대해 한·미 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영화인 대책위’) 대표단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스크린쿼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인들이 계속 주장한다면 당장 밀어붙이진 않겠다”고 밝혔다고 얄려졌다. 이는 최근 축소쪽으로 가닥을 잡아왔던 정부내 입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스크린쿼터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이해관계당사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영화인 대책위와의 면담을 통해 직접 스크린쿼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처사는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서로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 재경부등이 직접 풀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이해 당사자들을 일일이 만나 각자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태도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산적한 현안들로 사회가 혼란한 지금, 목소리 큰 이해당사자들은 대통령하고만 상대하려하고 전문가집단과 정책당국은 무시되어 절차적 정당성이 실종되는 사회적 마비상태를 초래 할 우려가 있다.
영화인 대책위가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개진한 의견을 살펴보면 과연 스크린쿼터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 또 무엇때문에 청와대를 방문했는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이 중요하므로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영화이외의 타 문화산업을 폄하하고 영화만이 특별하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영화외의 문화산업은 모두 개방과 경쟁을 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성있는 발전을 하고 있는데 전체 문화산업의 지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한 영화산업만을 보호하는 것이 한국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보루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스크린쿼터를 줄이면 한국영화산업은 급격하게 붕괴될 것이라 주장은 현재의 한국영화산업에서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그들이 이야기 하는 끼워팔기 등의 불공정거래 사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 명확히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 이며,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공정거래위가 조사해야 마땅하다. 근본적으로 특정 영화의 상영여부와 그 기간은 극장주와 소비자가 결정하는 문제이다. 제작자 위주의 제도유지를 통해서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영화산업이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급속한 붕괴할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주장이며 다수의 영화인들을 모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미 수년 째 극장들이 스크린쿼터 의무상영일수 이상으로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현실은 과연 그러면 무엇이란 말인가.
현재 한국사회는 산적한 국정현안과 첨예한 이해관계의 표출로 혼란스러운 위기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계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고자 나선 대통령은 문제해결에 있어 결정의 시기를 놓치지 말고 개방, 글로벌 시대 환경에 맞는 지향적인 방향으로 스크린쿼터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 또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보면서 일반 시민들을 호도하지 말고 진정한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을 영화계의 자생적인 노력과 힘으로 이루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