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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증권집단소송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7월부터 증권집단소송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집단소송은 지난 7월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소위를 통과했지만, 그동안 기업계에서 보완을 요구하고, 국회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법제정이 연기되어 왔다.
기업계에서는 현재의 법안으로는 소송남발을 막을 수 없어 불법행위가 없었음에도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법안대로 통과되면 이 법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다고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입장 차이는 기업계가 대다수의 주주와 회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대하여 시민단체는 소수주주를 중시함으로서 집단소송의 성격이나 목적을 서로 다르게 보는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증권집단소송은 여타 소송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바, 예컨데 피소송기업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과거에 우지파동으로 사실상 도산지경에 까지 내몰렸던‘삼양라면’의 경우가 그 예라 할 수 있는 바, 이 회사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기업은 사실상 결단이 난 상태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미국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집단소송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상법에서는 대표소송과 같이 집단소송보다 영향이 훨씬 적은 소송에도 원고에게 담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집단소송외에 다른 구제장치가 있다. 피해를 입은 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금융 감독위원회에 신고하여 위법행위를 조사하게 할 수 있다.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소액주주들은 피해자를 모아 소송하면 된다. 아울러 증권집단소송은 소수주주들의 피해구제장치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기관투자가와 소송대리인(변호사)이 소송을 주도하며, 이들이 일정규모의 지분을 모집하고, 일정규모의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바른사회 시민회의는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증권집단소송법 입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송전문가가 재판중 화해를 겨냥하여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 예컨대 시가액 1억원조항 삭제, 담보제공 등이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전에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급하게 도입, 실시한 제도 중에서 국민연금제 확대나 의약분업과 같이 당초 기대한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회는 증권집단소송제의 장점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기업들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제도를 보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기업은 왜 이 같은 법안이 도입되게 되었는지를 돌이켜보고,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더욱 앞장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