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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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가 10월 8일 공표한 성명서를 기화로, 이번에는 ‘언론계의 이념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성명서의 주된 골자를 보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그리고 동아일보가 한국판 매카시즘(이념적 마녀사냥)을 획책하고 있다며, 이들 신문과 일절 상종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에 진보철학을 전제한 정치개혁과 신문개혁의 메시지를 담아 제작하고 방영하겠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정치권이 남남갈등 혹은 보혁갈등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와중에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내외적 비판들을 관대히 수용하며, 꾸준히 자기혁신의 노력을 기울여오던 KBS가, 최근 들어 일부 언론사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전쟁선포를 한 일은 참으로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KBS본사의 의지와 PD협회의 의지가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겠으나, 그 본사 운영방향과 각종 공영프로그램의 내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에 대단히 걱정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국정감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KBS를 상대로 이른바 문제제기를 가하게 된 계기는, ‘인물현대사’라든지 ‘송두율교수파동’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左派偏愛적 방송기조가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좌우의 어느 색상이 옳은 것인가를 밝히는 일은 소모적일 수 있으므로 논외로 하고 보더라도, 공영방송사 KBS가 오로지 한쪽의 정치색상으로 치우쳐 운영되어 가는 것 자체만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정도여론을 만들어 가야할 공영방송사 KBS가 이와 같은 소소한 프로그램 몇 가지에 대한 외부의 문제제기를 겸허하게 경청하지 않고, 언론사간의 이념구획을 긋고, 이념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어디를 보아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일이건 한쪽으로 편을 드는 일은 손쉽다. 그러나 적을 진 다른 한쪽과 아우르고 화해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공영방송이란 공공의 영리를 위한 것이며 공공의 영리는 이념적 종파성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일각의 비판이 과도하여 법적으로 허용되는 테두리 내에서 다소 ‘자존심(!)’을 자극하는 일이 있더라도, 겸허하고 묵묵히 자기의 책무에 충실하며 최대한 객관적인 처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한다면, 다수의 ‘침묵하고 있는 국민’들은 그것을 알아줄 것이다.
우리사회에 정말로 간곡히 필요한 것은, 이념전쟁 남남갈등 언론갈등이 아니라, ‘합리적 중도이념’ ‘균형잡힌 중도세력’이다. KBS가 진정으로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정도의 길을 걸으려 한다면,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중도의 덕을 지향해 가야 마땅하다. 언론사간에 이념전쟁이 시작되면 그에 대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들이 될 것이다. KBS가 대승적으로 그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한 언쟁 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고, 중도중립적 역사의식이 자리잡힌 자세를 견지해 주기를 시민회의는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