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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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일 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파견되었던 정부의 합동조사단이 열흘 동안의 현지조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 현지 조사내용을 보고한 조사단은 어제 국방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사단장을 맡은 강대영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현지는 동맹군 주도의 경제재건 및 자치행정 능력 구축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바그다드를 포함한 중부·중북부는 다소 불안전한 요소가 있지만, 북부와 남부는 안정돼 테러의 위험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는 등 파병에 긍정적인 내용의 보고를 했다.
그러나 강 단장의 발표 직후 역시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박건영 교수가 이번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의 발표를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모술에서 조사단이 머문 시간은 총 4시간이었으며, 미군이 제공한 비행기로 20여분간 도심 상공을 비행하고, 지상에서 차량으로 20분 동안 시내를 시찰한 데 이어 5분간 단 한 명의 주민을 만나 대화한 것이 조사활동의 전부였다”라고 밝혀 조사단의 현지 조사활동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박 교수는 “모술지역에 대한 안전성 여부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일 뿐, 조사결과의 전반적 내용에 대한 신빙성이나 파병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지만, 이는 그렇지 않아도 계속되고 있는 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에 대한 양극단적인 논쟁을 부채질하게 되었다.
정부의 국방·외교 당국자들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지 조사단의 지난 열흘 동안의 수고를 부정할 뜻은 없지만, 이번 이라크 현지조사는 추가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조사자체가 이라크 내부의 미 군정당국 통솔 하에서 진행되면서 현지 실상보다는 개괄적인 현황에 대한 파악에 그쳤다는 점은 분명 큰 문제다. 뿐만 아니라 국군이 파병될 경우 가장 유력한 주둔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북부 모술에 대한 현지 조사가 그토록 여유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 또한 납득되기 어렵다. 이는 파병 여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뿐만 아니라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회의는 파병여부에 대한 결정과 파병이 이루어질 경우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현지 활동이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조사를, 적어도 모술을 포함한 이라크 북부 지역에 대해 실시하여 이번에 드러난 현지 조사의 한계를 보완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정부는 추가적으로 이라크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은 없다고 하지만, 역시 이라크 파병요청을 받았던 일본이 벌써 11차례에 걸쳐 조사단을 파견한 것과 비교할 때 국민을 설득하고 파병될 장병들의 안전을 무시하는 책임회피일 뿐이다. 이번 달 말로 예정되었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도 다음달로 연기된 만큼, 미국측과 파병 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는 한편으로 현지 상황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여유는 충분히 있다. 그리고 추가로 파견될 조사단은 현지 상황에 보다 밝은 아랍 지역전문가 등 민간인원을 보다 포함하면서 독자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조사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