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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불법송금 관련인사들의 유죄판결을 바라보며-
사법부는 9월 26일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루어진 ‘대북 비밀송금 사건’과 관련한 1심 재판에서 임동원 前국정원장 등 핵심관련자 6명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다. 작년 10월 15일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 이근영 금감원장과 박상배 산은 부총재를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의 업무상배임죄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바 있는 시민회의는 이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은 준엄한 사법판단이었다고 시민회의는 생각한다.
특히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비록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 대북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그 절차와 과정은 대한민국 헌법과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며, 불법적인 대북송금이 통치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은 법 의 원칙과 권위를 바로 세운 올바른 판결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들이 범법행위를 했더라도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이 있고 본인들도 사명감을 갖고 일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들이 각 분야에서 상당부문 국가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를 내린다고 함으로서 사실상 면책효과를 부여해준 것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안중의 하나인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민을 기만하려 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그 형량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본다.
이번 판결에 있어서 재판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치행위로 인정한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재판은 대북송금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통치행위요 대의명분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하고 그 실무과정에 있어서 헌법정신과 실정법을 아무렇지 않게 경시한 것이라면 이는 분명 형법판단의 대상에 해당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목적이 수단의 불법성마저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대북송금이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항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앞으로 상급심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더욱 철저하고 분명한 논리 아래 보다 엄격한 사법심판이 뒤따라야 한다고 시민회의는 주장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김대중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햇볕정책은 상당부문 수정이 가해져야 할줄로 안다. 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번영과 평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기조를 그대로 계승해 가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이번의 불행한 사태가 국민의 공감대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투명성이 결여된 정책이 가져온 당연한 귀결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의 대북사업 전개에 있어 냉철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