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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부패방지위원회를 통해 세운 올 하반기 부패방지대책(참여정부부패방지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안으로 상설적 특별검사제 도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상설특검제 도입은 노무현정권의 집권공약사항이기도 했다. 비록 ‘현정부집권종료시기’까지라는 한시적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 도입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여파는 지대할 것임이 분명하다. 상설특검은 별도의 특별법 제정절차나 조직구성절차 없이(단 특별검사지정은 예외) 국회의 요구만 있으면 즉시 정치적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전면적이고 전권적인 수사가 가능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간에 우리는 중대규모의 권력형비리사건들을 무슨 월례행사처럼 연이어 거쳤고, 또한 각 사건들 앞에서 수사주체인 검찰의 대처력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목도하고, 사회감찰구조의 허약성을 절실하게 체감한 바 있다. 신중한 논의 끝에, 시민회의는 상설특검제의 조건부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번 부방위의 상설특검제 도입안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다만, 이번 상설특검제의 논의배경을 참작해 볼 때, 그 정체성에 대하여 몇 가지 의문들이 제기된다. 그 첫째로, 상설특검제 도입이 서둘러지고 있는 이유가, 기존 검찰권력을 순탄하게 장악하지 못한 노무현정권의 집권초기 전술적 실패를 만회하려는 술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화를 기하고 있는 검찰의 최근 노력들은 노무현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도전과 장애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상설특검제의 전술적 의도가 야당견제수단으로서의 칼을 필요로 한다는 측면과, 노정권의 언저리에서 발생할 비리들을 검찰이 아닌 특검이 선순위로 자동 전담하게 함으로서 정권의 총체적 도덕성 손실을 최소화시켜 보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사회감찰시스템의 혁신이 아니라 옥상옥에 불과한 ‘개악’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최근 지나치게 비대화를 도모하고 있는 부패방지위원회의 권력화문제에 있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최대효과 최소규모의 사회감찰구조라는 틀에서 바라보면 일종의 소모적이고 사족에 불과한 옵션기관이다. 그런데 최근 부패방지위원회가 노정권에 들어서 상당한 권력기관화로의 변신을 모획하고 있다는 점이 적지않게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해 볼 때, 기존 검찰을 견제하는 기구로서의 입지를 획득한 것을 넘어서, 차후 특별검사제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상설특검제는 부패방지위원회의 외곽기구로 타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설특검제가 국무위나 정당차원에서 논의되지 않고 왜 부방위의 문건으로 보고되고 있는지도 의문시되는 부분인 것이다.
시민회의는 특검제도입을 지지하다. 그러나 부패방지위원회의 제2검찰화를 바라지는 않는다. 국민은 부패방지위원회가 보이지 않는 감시망으로서만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공직자들의 철밥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패와 비리의 사회정화도의 진척에 따라 그 소임을 종료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정의를 청명하게 바로 세우기 위해 도입하자고 논의된 상설특검제가 그 도입초기부터 정권친화적인 성향으로 기능할 위험이 보인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노무현정부는 상설특검제 설립의 순수한 참뜻이 훼손되지 않고, 또 부패방지위원회출신 인사들의 권력욕이나 채워줄 사치스런 장치로 타락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민회의는, 상설특검이 여야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중도적 감각을 갖춘 기관으로 반드시 입지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