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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매미 피해를 계기로 민주당에서는 중대규모 재난을 국가차원에서 총괄방지하기위해 재난관리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고, 행자부에서는 소방방재청 신설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을 입법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재해대책예비비 긴급수혈과 차기년도여유분예산 조기집행 등을 핵심 골자로 하는 ‘국고대방출정책’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요구가 반영된 것인지, 정부는 21일, 총피해액이 특재지선포법정요건액 1조5천억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전 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긴급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상 지역만도 전국 14개시도 156개의 시군구에 이른다.
이번 태풍테러의 위력이 분명 가공할만 했음은 모두 공감하는 바다. 한편 간만에 정관계 곳곳에서 사색당파를 초월하여 재난극복문제에 한 목소리가 되고 그 노력들이 결집되가는 모습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야 정관계를 아우르는 이러한 ‘재난극복담론’들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한결같이 과거에 남발되었다가 사장된 공언들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고, 크게 보아 수재민들에게 고액의 현금지원을 하겠다는 차원 그 이상의 발상은 아니다. 또한 특별재해지역의 선정지역도 사실상 태풍의 위력이 아닌 태풍피해도에 기준해 볼 때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재해극복담론은 집권자의 포플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 국가적 시혜의식이 성찰없이 뒤섞인 즉흥적이고 퍼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본다. ‘인재성피해엄중문책’과 ‘재해집중예고제’라든지 ‘단계별국민행동지침’ 등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교육되는 등 재해대처에 대한 사회구성원 다수의 ‘결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위기에 직면할 때 사회적 결기가 약하다면 아무리 좋은 재해대책시스템도 장식에 불과해 지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관리관청을 세우겠다고 아우성 하는 모습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민생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운영비 모두가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기 때문이며, 노무현정부가 표방해온 ‘작고 효율적인 정부’ ‘공무원수축소정책’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재난총괄관리관청이 필요하겠다는 확신이 섰다면 입법절차와 예산측정과정 모두에서 세밀하게 ‘저비용고효율의 원리’에 입각한 진중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되,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역할성을 좀더 곤고히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판단된다. 또한 태풍피해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게을리하고, 특별재해지역선포요건을 편의적으로 손쉽게 지정한 일은 그 선의의 뜻과는 달리, 미미한 태풍피해 사례조차 자칫 민관유착비리로 변질되어 국고를 좀먹는 일이 될 여지를 두게 되었고, 더욱 나아가서 수재민들에게 오로지 지원액수의 고저에 따라 예민한 기대심리를 확장시킴으로서, 주체적인 갱생의지를 보양 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현금’지원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이른바 ‘난민근성극대화’라는 사회문제를 한층 조장시킬 우려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발 양보해서 특별재해지역 선포과정이 과연 신중한 결정이었나를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 세부적인 지원책은 분명 공평성과 사실성에 기반하여 청명한 심사기준과 검증절차에 의해 갖추어진 가운데 실무가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면 재해극복담론은 기초생존재(식량과 식수, 옷, 난방, 식생기구 등)와 주거지마련, 실재피해대상물복구지원, 장례지원 및 노동력지원, 갱생종합시스템에 입각한 단계적 재활지원정책 등에 따라 ‘생산적 복지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오로지 관청설치만능주의에 기생하고, 현금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재해극복대책은 단세포적인 멘탈리티에 기인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시민회의는 여야와 정부당국의 사려깊은 치밀하면서도 공민의식에 함께 부합하는 재해극복담론이 제시되어주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