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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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리더십의 실종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놓고 다시 한 번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지난 첫 파병의 경우와 달리 이번엔 대규모의 전투병 파병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찬반논의는 더욱 뜨겁고 필사적이다. 각종 TV토론 프로그램에서, 라디오에서, 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이면 어디에서나 우리 군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찬반논쟁을 들을 수 있다.
현재까지의 추이를 지켜보면 산발적 습격 양상을 띠고 있는 이라크 현지 상황으로 보아 우리 군의 안전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 파병 때 찬성의 입장에 섰던 사람들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우리 군이 이라크에 가서 단 한 명의 병사라도 죽거나 다친다면 그 비난의 화살은 온통 파병에 찬성했던 사람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더 심하게는 파병에 찬성했던 사람은 일제시대 징용 독려에 앞장섰던 무리들과 동일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지도 모른다. 즉 이 시점에서 파병에 찬성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개인 차원에서는 매우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전후복구사업 등의 국익을 고려한 판단으로 파병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후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파병찬성의 합리적 명분 따위는 사람들이 연일 켜들 촛불 아래 소리 없이 묻힐 것이 자명하니 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병 논의에 이런 문제가 내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역사적 책임을 전적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파병 요청을 받은 것도 정부와 대통령이요, 미국의 고위 공직자를 만나는 것도 정부와 대통령이요, 미국과 이라크 정세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역시 정부와 대통령임에도 국민들이 파편적인 신문기사에 의지하여 파병논의에 열을 올리는 동안 정부는 모든 정보를 거머쥐고 뒷짐을 진 채 이를 구경꾼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첫 파병 때와 같이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는 책임 떠넘기기로 이 번 파병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파병을 해도 국민의 여론을 따른 것이니 이 후 부담은 내 몫이 아니요, 파병을 안 해서 대미관계가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는데도 그 것은 국민의 선택이니 국민의 고통감수는 내 알바 아니라는 식의 빠져나가기는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리더십의 실종에 다름 아니다. 리더십이 부재한 국가의 군론분열과 갈등,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시민회의는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한 시 바삐 파병 논의의 중심에 설 것을 촉구한다. 국가의 미래는 국민 모두에게 달린 것이지만 국가의 미래에 대해 잠을 미루고 걱정하고 근심해야 하는 책무는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파병이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것, 또 파병을 하지 않을 것이면 한미관계나 국가안보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인지는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 것을 TV 토론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등의 난상토론에 고스란히 내어 맡기는 것은 올바른 정부, 대통령의 자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