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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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에서 열렸던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지난 14일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된 채 막을 내렸다.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이경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이 현지에서 항의 시위 중 자결하는 등 개도국과 세계 NGO단체들의 저항이 거세었다. 협상결렬로 일단 조정의 시간을 번 셈이나, 미국 및 초국적기업들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태풍 매미의 피해로 무거운 농심(農心)이 이씨의 추모행사와 농민생존권수호 범국민대회 개최 등 집단행동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
이번 칸쿤회의 선언문 초안에는 정부 보조금 삭감, 개발도상국 위상 유지 불투명, 관세 대폭 인하, 농수산물의 공산품과 다르다는 비교역적 성격 강조 실패 등 다소 불리한 사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초안의 불채택은 단지 시간의 여유를 주었을 뿐, 시장개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세계적 조류라는 것을 입증시켜 준다.
아울러, 이미 1993년 우루과이협상때 시장개방의 계획과 방향이 설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 전략 및 준비를 하지 않고, 단기적 시각으로 임기응변식 대응과 농가를 우롱하는 관계부처의 책임회피적 행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농업을 희생하고 공업을 발달시키겠다는 식의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으로 잘못 비쳐져서는 안 될 것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방지하기 위한 고 이경해 회장의 자결 및 태풍 매미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현실적 해결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면 이는 또 다른 유형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것이다. 냉철한 현실 분석 및 미래지향적 사고로 정부의 정책에만 급급하지 않고 영농 기법 개발 및 품종 개량 등 농가의 노력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정부는 농정활성화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이행 특별법, 농특세 연장을 위한 농특세법 개정안, 농어촌 부채경감 특별법, 농어촌 복지 및 지역개발 특별법 등 4대 지원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임기응변적이나 선거를 위한 선심성으로 일시적인 농가 부양책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이 펼쳐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세계무역기구(WTO)각료 회의나 미국 및 초국적기업 등의 시장개방압력에 철저히 준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 무역 다각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수차례 논평을 통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FTA)의 조속한 체결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여 왔다. OECD 가입국이자 10대 교역국인 우리나라가 소규모의 영농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까지나 보호주의적인 농업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통상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의 자생력 및 경쟁력 확보는 매우 시급하다. 정부는 세계적 조류에 따른 시장 개방 정책과 더불어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농가 부양정책을 펼치도록 하고, 농가는 영농 기법 및 품종 개발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