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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에 유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서 이라크 내 치안유지 목적의 추가파병을 요청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사실상 전투병력의 파견을 요청했다는 의미이며, 그 규모는 ‘어느 한 지역을 맡아서 독자적으로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병력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개 여단(약 2천여명) 내지 1개 사단(1만여명) 수준에 해당하는 병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어느 것이 국익에 가장 적합한가를 따져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추가파병, 그것도 여단~사단 수준의 대규모 전투병력을 파병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라크 내부의 치안부재에 따른 장병들의 안전문제와 미국의 다국적군 구성 제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 여론 등의 문제를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라크 내의 질서회복 및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참여 필요성, 그리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안보현안 과제에 있어서 동맹 미국과의 협력지속이 절실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마냥 거부하는 것 또한 곤란하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공조참여 그리고 국익 차원에서의 동맹 결속력 강화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번 추가파병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현재 미국이 주창하는 이라크 내 치안유지를 위한 다국적군 구성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이라크 재건 주도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세우고, 이를 공식적 외교경로를 통해 최대한 전달하여 국제공조에 의한 추가파병의 정당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또한 동맹 논리에서 파병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당면 안보현안에 대한 미국측의 명백한 협력을 최대화시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규모 전투병력의 추가파병에 대해 국민들의 정당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시민회의는 지난 제2차 걸프전쟁 당시 비전투병의 이라크 파병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필요에 따라서는 지원의 폭과 규모를 증대시킬 준비를 갖추어야 함을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정치권이 정부의 입장을 관망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가능한 한 늦지 않은 시기에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국익 극대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난 제2차 걸프전쟁 당시 파병여부를 놓고 심각한 국론분열을 겪었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