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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 목적으로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출자구조를 단순화시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 독립 경영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지주회사로 전환시 현재의 대기업 집단체제를 더욱 고착시키고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해지는 등의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주회사 형태가 현재의 기업집단 체제개편의 유일한 방편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주로 지주회사의 순기능을 언급하며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런 순기능들이 바로 나타나기는 어려우므로 많은 기업들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상당히 미온적이다. 최근 조사된 49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입장을 보면 대부분의 공기업을 포함한 80% 상당의 기업집단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우선, 그 전환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기존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시 1년 내에 부채비율 100%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전환 후 손자회사를 정리토록 되어있다. 공정위는 부채비율 유예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손자회사 정비기간도 6개월 이상 유예기간을 갖게 하는 내용으로 입법예고했지만, 여전히 기업에게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뿐만아니라 현 여건상 지주회사로 전환되어도 그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자회사 설립이나 매각 등의 구조조정이 용이하지 않으며 특정산업의 집중적인 육성은 더 곤란해지는 등 경영자들에게 큰 메리트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또한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출자구조의 투명성은 개선되나, 경영의 효율성 내지 경쟁력 제고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정부는 지주회사 제도로의 전환을 유도하려면 현행 지주회사의 전환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의도한 바대로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이 지주회사 제도라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규제의 범위를 줄여주어 자발적인 기업의 참여를 도모해야 한다. 부채비율, 자회사 지분율 요건 등의 제도정비 및 보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주회사가 모든 기업들이 가야할 이상적인 제도는 아니며, 정부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강권하기 보다는 개별 기업이 경영환경과 기업문화에 따라 어떤 기업형태로 갈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시민회의는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