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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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당시 국내 보수단체들이 주최했던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에서 인공기와 김일성 북한 주석 및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훼손한 것이 북한 체제를 모독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남측 지역은 동족이 동족의 안전과 존엄을 공공연히 해치는 위험천만한 지역이라며 대구에서 진행되는 세계 대학생 체육경기대회에 우리 선수를 가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오는 8월 20일에 개막될 예정인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북한측은 이후에도 관영 방송을 통해 인공기 훼손에 대한 한국 당국의 공식 사죄 및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가 적대적이었던 과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서로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화하는 상황이라면서 북한의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운 것은 적절치 않다고”라고 언급하면서, 통일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성조기 모욕 행위가 있을 때마다 유감 표명을 해 왔듯이 정부에서 북측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라고 지시했다. 여하튼 한국내에서 이념적 대립과 갈등으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실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안보위협에 대한 한국 사회의 항의는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3.1절, 4.19, 6.25 기념일에 거행되었던 대규모 집회에서도 북한이 이번에 문제 삼았던 행위들은 있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지난 8.15 행사에서 있었던 일을 문제 삼는 것은 우선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둘러싼 일정을 고려한 의도된 행동이라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위한 6개국간 다자회담 개최가 곧 있을 시점에서 국내외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 내부의 보·혁 갈등을 틈타서 한국을 길들이려는 목적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의도였든지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우선 가장 순수한 교류와 협력의 장이어야 할 스포츠에 정치 논리를 들먹이면서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무엇보다 북한 정권이 기존의 대남 적대노선과 핵개발 등의 안보위협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그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8.15 행사 당시의 행위들을 문제 삼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한국사회 내부의 비판을 원천봉쇄하려는 기만적인 책임회피 전술이리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사를 표명한 만큼 북한 정권은 더 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국제적인 대학생 스포츠제전인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거부하거나 남북한간 경제협력 합의서의 발효를 지연시키는 등 남북한 관계를 경색시키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다원주의성을 악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길들이려는 행위 또한 중지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지금과 같은 대남 적대노선을 고수하면서 안보위협을 일삼는 이상 북한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의 반발과 항의는 언제든 계속될 수 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번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까지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 보여준 과격한 행동에 대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데 기인한다. 만약 이번 사태를 두고 상대방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한다면 이는 북한 정권의 내정간섭에 악용될 여건만 제공해줄 것이며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통합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유감 표명 역시 단순히 상대측의 체제 및 상징에 대한 존중 차원에 그쳐야 할 것이며, 북한 정권의 계속되는 안보위협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시정요구를 가로막어서는 안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