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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자주독립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국군은 독자적인 작전 수행의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임기동안,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 역량의 확보를 강조한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타당한 일이다. 창군 이래 6.25 전쟁을 치르고 꾸준한 전력강화 노력을 통해 오늘날 국군은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강군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존하는 안보 위협세력인 북한과 주변국의 잠재적인 군사위협을 원천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 전략수준의 무기체계와 정보 및 지휘통제 능력은 아직까지 독자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만일 이러한 국방능력의 불균형이 계속된다면,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지금의 안보위기처럼 한국의 국가생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발생해도 주변 우방국의 협조 여부에만 의존해야 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주국방 능력의 자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당위적인 과제다.
자주국방은 결코 말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의 과제가 아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천명한 자주국방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수준의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전임 정부 시절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에 불과한 극히 낮은 국방비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계속되어 왔다. 주요 분쟁대치국가들의 평균 국방비 비율인 6.4%는 물론 세계 평균 수준인 3.5%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국방비로는 자주국방은 고사하고 수십년된 노후 무기체계를 유지하는데도 벅찬 실정이다. 노후화된 무기체계를 지속하는 것은 경제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방의 제1선에 있는 군인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문제다. 따라서 자주국방 역량확보는 물론 기존의 전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비정상적인 국방비는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3% 이상 수준으로 원상복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군사력 건설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방비 원상복구는 향후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주국방 실현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제약요인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방이 국가의 사활적 이익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국정기능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역시 여러 국가기능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경제나 복지 등 나머지 국가기능의 수행을 무리하게 희생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주국방이라면 이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강성대국’이란 미명아래 주민복지를 희생시키면서 군사력 지상주의를 고수해온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할 때 이 점은 분명해진다. 게다가 현재의 경제 둔화로 인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경제환경에서 과연 자주국방 역량 확보를 위한 적정수준의 국방비 배분이 어떻게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서 국민들을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자주국방의 중요성만큼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국가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자주국방의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막대한 경제적 투자가 요구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과의 동맹을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자주국방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국가안보 자체를 미국과의 동맹관계 자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한미 동맹을 부정하는 자주국방 역시 옳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결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의 관계”라고 언급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자주국방 역량의 확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노 대통령의 거듭된 자주국방 실현 의지확인은 그러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실천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들은 국가의 경제력과 한미 동맹관계와의 상호보완 관계를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주국방’이 외교안보정책에서의 국민들의 불안을 희석시키려는 정치적 미사어구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