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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현대로부터 200억원의 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함으로서 얼마전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검찰 소환에 이어 또 다시 정경유착의 시비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권 고문측은 총선 당시 현대 비자금과는 상관없는 110억원을 빌려서 선거지원금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이 제기한 200억원의 수수 시기가 2000년 총선과 맞물림으로서 민주당의 총선자금과 관련하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권 고문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대북사업의 독점권을 부여한 대가로 집권당이 현대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요구했다는 논리가 성립되며, 정경유착과 불법 선거자금 등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를 모두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번 민주당의 정치자금 공개를 정치투명성의 계기로 삼고, 굿모닝시티 의혹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자고 주장한 바 있는 시민회의는 이번 사건을 민주당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권노갑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자는 것은 단순히 누구를 벌하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며,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정치개혁의 디딤돌을 놓자는 차원에서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검찰은 현대가 전체적으로 얼마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그 대가는 무엇인지, 정치권에 유입됐다면 누구에게 얼마씩 전달됐는지, 권씨가 개인적으로 전용한 일은 없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검찰은 노대통령의 대선자금 연루설 때문에 수사의지가 퇴색해서는 안될 것이며, 사건 초기에 보여준 의지를 끝까지 보여줌으로써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권력남용이 없었는지 가려내고, 선관위에 선거비용을 거짓 신고한 데 대해서도 엄정 처벌해 기만과 위선의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함구로 일관하는 자세를 버리고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 줘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엄청난 액수의 정치자금과 집권당의 최고위 인사가 관여한 이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은 선뜻 납득을 할 수 없다.
셋째, 민주당이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선거자금을 먼저 공개한만큼 한나라당도 이번 사건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이번 기회를 정치자금 투명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선거자금에 관해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국민에게 사죄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의 정치자금과 관련한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함으로서 정치자금제도를 일대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정치가 갖고 있는 고질적 병폐인 정치자금의 투명성확보와 정치개혁과 정경유착의 근절을 위해서도 정치권은 깨끗한 정치로의 변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