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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청와대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억대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청와대가 문제가 있다고 자체 판단한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에 들어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청와대와 언론, 특히 몇 몇 특정언론과의 불편한 관계야 이미 공지의 사실이지만 소송에까지 이른 현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언론의 그릇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이나 기관, 사인이나 공인을 가릴 바 아니며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명백한 오보, 언론이 범하는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에 대해서 무감각하다면 이는 언론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것이며 언론의 오만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청와대가 언론에 대응하는 마음가짐과 방법은 분명 개인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앞에 언론은 절대 강자이지만 현 정부의 심장 인 청와대는 오히려 언론 앞에 강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언유착이 위험한 것처럼 정부의 특정 언론에 대한 혐오와 피해의식 또한 위험하다. 혐오와 피해의식의 다음 수순이 해당 언론을 입맛에 맞게 길들이는 작업이 될 우려가 짙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언론관련 행보에는 이러한 고려가 배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대응에 조심성도 없고 국정책임자의 거시적 안목대신 성급한 개인의 울화만을 내어 보이는 것이다.
시민회의는 청와대가 하루라도 빨리 언론에 대한 대처에 있어 조심성을 갖추길 촉구한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적절한 긴장관계이지 현재와 같은 전시상황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국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기업이 떠나고 생활고에 찌든 서민들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국민에게 있어 최우선 순위는 언론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는 속히 깨달아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