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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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한반도 안보위기 해소를 위한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7월 31일 러시아 외무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 개최에 북한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30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 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진전(serious progress)’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낙관론을 피력하고, 미 국무성 역시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발표 직후 “북한이 다자회담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북한은 핵문제 해결의 주체를 자신과 미국만으로 국한시키는 양자회담 형식만을 고수해왔으며, 다자간 회담을 한다고 해도 미국과의 양자회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제해결보다는 다분히 기존의 한반도 장악노선과 연장선상에 있는 태도였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난 4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한 3자회담에서 핵보유를 인정하고, 지난 7월초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에서는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를 주장하는 등 고의적으로 긴장을 조성했다. 지난 10년 동안 답습해온 벼랑끝 전술이 이번에도 외부세계의 굴복을 이끌어 자신들의 의도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결코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이후에도 다자간 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원칙을 강력히 고수하는 한편으로, 북한 핵문제의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정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규제책 마련을 더욱 강력히 추진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지난 10년 가까이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위기를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북한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려 들지 않고 있다. 이는 현 위기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북한의 이번 다자간 회담 수용소식은 현 위기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확고한 결의가 이루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자간 회담의 수용은 핵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위기가 단순히 미국과 북한 양측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시아 및 국제사회 차원의 사안이며, 가장 근본적인 당사자인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북한이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점에서 만일 북한이 실제로 다자간 대화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정했다면, 이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위기 해소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될 대단히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북한은 하루빨리 한국 등이 포함되는 다자간 대화가 성사되도록 노력하여 현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그것만이 그들이 그토록 요구하는 체제생존과 국제사회 복귀 등을 보장받는 길이다.
하지만 아직 성급한 낙관은 이르다. 이번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은 다자간 회담 참여에 대한 단순한 원칙만 언급되어 있을 뿐이며, 그 시기가 언제인지, 또한 지난 4월과 같은 3자회담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 대화의 성사 자체가 곧 문제해결로 직결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지난해 10월 미 국무성 특사단 방북이나 지난 4월 3자회담에서처럼 당사국간의 입장차이만을 확인시켜 긴장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자간 회담의 성사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위기해결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일 뿐이며,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다자간 회담 참여수용을 핵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으로, 평화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추가적 조치’의 동원 가능성을 남겨두어 북한이 보다 성의있게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민회의는 한국과 국제사회 그리고 북한 등 향후 다자간 회담에 참여할 당사국들이 이번만큼은 반드시 대화의 장을 통해서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 내용과 실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