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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3차 회의의 합의내용이 7월 24일 발표되었다. 한미 양
국의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임무가 빠르면 오는 2005년 초반까지 이양되
는 것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휴전선 전방의 주한미군이 담당해왔던 특정임무가 2006년을 목표시한으로
한국군에 이양될 예정이다. 이들 특정임무에는 유사시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제거와 지뢰살포작전, 해상
침투 북한 특수부대 저지, 수색 및 구조 등이 있다. 논란이 되었던 북한 장거리포 부대에 대한 대포병작전 이양시기는 추후 결론을 짓기로 했다. 서울 용산의 주한미군 기지이전도 오는 2006년까지 완료시키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앞으로 3년 이내에 휴전선을 비롯한 한강 이북의 전방지역 방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긍정적 의미에서 이는 한국의 자주국방이 보다 앞당겨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
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심리적 만족에 비해서 당장 감당해야 할 문제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우선 새로운 임무 이양에 필요한 전력보강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해상으로 침투하는 북한 특수부대 저
지임무를 위해서는 공격 헬기전력이 필수적인데, 이는 현재 국군이 보유한 구형 공격헬기로는 역부족이
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신형 공격 헬기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는 본래 국방예산 내역에
없으므로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요구될 것으로 우려된다. 만일 기존의 국방예산 차원에서 이를 수행하려
면 당초 계획되었던 조기경보기 및 공중급유기 등의 전략차원 무기체계 도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합의로 인해 주한미군이 맡고 있던 작전적 차원의 전력이양을 위해 국방비의 대부분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이는 장기적 차원에서는 정부가 공언했던 자주국방과 도리어 역행하는 결
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미 주한미군의 대부분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도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이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과연 우리가 정말로 이렇게 촉박해진 전력 이양과 그에 따른 비용적 부담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전략적 차원
에서의 대미 의존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공약을 보다 확고히 보장시킬 수 있
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를 비롯한 한미 동맹관계 재조정 문제는 작게는 한국의 안전, 그리고 크게는 동북아시아
전반의 안정이 달린 문제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재편만을 근거로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은 어차피 한번쯤은 겪어야 할 이번 과정을 계기로 감정과 당위성에만 매달
리는 논리가 국가안보에서 얼마나 큰 부담을 가져오는지를 깨닫고,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진정한 자주국
방을 위한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평적 한미관계’는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