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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27일은 지난 1953년 3년 동안의 6.25 전쟁을 중지시킨 휴전조약이 체결된 지 정확히 반세기를
맞는 날이지만, 결코 반가운 날일 수는 없다. 이미 10여년 전에 전 세계적으로 종결된 냉전적 대립에서 오
직 한반도만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반세기 전 휴전협정
이 체결된 이래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대치국면이 갈수록 심각성을 띄어
가면서 이로 인한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휴전 50주년을 맞는 올해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
소리가 높다. 여러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휴전 50주년인 7월 27일 앞두고 잇따라 적대적 대치상태의 종결
과 평화 정착을 강조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학계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회의
원들과 단체들은 오는 7월 27일을 ‘한반도 평화의 날’로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0년간의 분단기간 동안 지속된 대립과 충돌 등으로 인해 줄곧 직접적 피해와 불안 속에서 살아왔던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평화는 단순히 당위적 문구에 그치지 않는 절박한 과제다. 따라서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만 평화를 강조하기에 앞서 기억해
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북한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것이다.
단순한 정치적 분단에 머물러 있던 남북한 관계이 민족분단으로 악화된 계기는 바로 53년 전 북한 정권이
동족을 상대로 일으킨 침략전쟁 때문이었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목적인 한반도 장악을 위해 전후에도 한국에 대한 군사적 침범, 납치, 테러 등을 자
행해 왔으며, 군사력 지상주의를 지속하여 한반도에서의 적대적 대치를 고착화시켰다. 그것도 모자라서
지난 1993년부터는 휴전일인 7월 27일을 소위 ‘조국해방전쟁 승전 기념일’이라고 부르면서 기념하고 있
다.
불과 반세기 전에 동족을 상대로 한 침략전쟁을 승리 운운하면서 자축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는 평화와 화
해에 대한 7천만 한민족의 염원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 정권은 전 민족의 생명까지 담보
로 삼으면서 위험한 핵개발 위협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진정한 위협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은 북한 정권의 근본적 태도 변화에
달려있다. 시민회의는 이를 위해서라도 북한이 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자간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
제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직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남아있으며, 북한에 대한 신뢰가
살아있는 지금 이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시민회의는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개인과 단
체들 역시 북한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용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대한 책임 있는 행
동의 실천을 요구하는 국내외적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