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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파문을 일으켰던 ‘신편 일본사’의 개정판인 `최신 일본사'가 9일 문부 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 2003도 고교용 교과서인 최신일본사의 내용은 현행 본에는 없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종전과 마찬가지로 일제에 의한 군대위안부 문제의 기술은 외면했으며 고대사의 쟁점 화두인 임나일본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서술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측은 검정제도상 집필자가 기술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지시할 수 없다며 교과서 검정제도의 특수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1. 지난번에는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학 사관’ 철폐라는 기치아래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만들더니 이번에는 ‘일본회의’라는 단체가 `최신 일본사'라는 기존의 교과서를 아전인수격으로 역사를 첨삭하여 개정 출판했다. 기술하되 임의적으로 짓지 말라는 공자의 ‘述而不作’의 가르침을 내팽개친 채 아예 역사를 창조하는 일본의 역사관에 대해 분노하다 못해 서글픔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2. 우리는 역사를 왜곡하고 그것을 교과서로 출판하는 단체들의 배후에 존재하는 일본 우익단체들의 의도에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왜곡된 역사를 진실로 알고 배운 일본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正史를 가르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해 뒤틀린 역사를 학생에게 전달하는 목적은 소위 말하는 자학사관 철폐가 결코 아니며 스스로를 더욱 더 비참하고 미천한 존재로 만드는 ‘자가당착’의 작태라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
3. 개정판 역사 교과서 ‘최신 일본사’의 검정통과는 다시금 일본의 역사인식과 검정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일본정부가 검정제도의 절차 상을 핑계로 한국정부의 요구를 묵살하거나 적반하장 격으로 내정간섭으로 몰아 부치는 것은 곧 이들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출판하는 단체들의 의도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시민회의는 한일이 공동으로 주체하는 한일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일이 벌이진 것에 대해 유감을 금치 못하며, 한국정부가 이에 대하여 적극적인 외교적 대처를 강구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기존에 했듯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피상적인 대처만을 되풀이 하지 않길 바라며, 이러한 민족·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들은 정권 차원을 넘어 근본적·장기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하는 바이다.
5. 21세는 각 국가의 특수성보다는 인류보편의 가치와 기준이 더욱더 중시되는 세계화 시대, 지역공동체의 시대가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시민회의는 일본이 과거역사를 왜곡하고 폐쇄적 역사관으로 일관하는 옹졸함에서 벗어나서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상식을 체득하기 바란다.
2002. 4. 11.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