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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에서는 7월 21일(월) ‘생명보험회사 상장 방안’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생명보험회사 상장 방안」에 대한 시민회의 입장
1. 문제제기
최근 들어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에서 생보사 상장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그러나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와 주주 및 채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생보사의 상장 방안은 아주 단순 명료하다.
생보사 상장의 쟁점사항은 국내 생보사의 성격에 관한 사항과 이로 인한 상장이익의 배분, 즉 보험계약자 보상에 관한 이슈로 요약할 수 있다. 일부 지식인과 시민단체가 생보사의 상장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주식상장의 이익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생보사의 성장에 기여했고, 이러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발생된 상장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주식회사의 기본원리, 주주와 채권자의 권리 등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2. 주요쟁점 사항 검토
주식회사는 영리법인이다. 주식회사는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기 위하여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한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을 주주라 하고, 채권을 보유한 사람을 채권자라 한다. 대규모자금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식과 채권은 유사하지만, 주식은 자기자본이고 채권은 타인자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채권은 기업의 이익의 발생과 관계없이 이자지급을 하는 반면, 주식은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만 이익을 배당한다. 따라서 주주(株主)는 이익이 발생하여야만 배당청구권을 갖는 반면, 채권자는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이자청구권을 갖는다. 그리고 회사가 파산할 경우 채권자는 회사의 재산에 대해 일차적인 청구권을 갖는 반면, 주주는 재산이 다 처분되고 난 후 잔여재산에 대해서만 청구권을 갖는다. 대신 주주는 의결권의 행사에 의한 경영참가권이 있지만, 채권자는 의결권의 행사에 의한 경영참가권이 없다.
국내의 모든 생보사는 주식회사이다. 생보사와 보험계약자들간의 관계는 개별적인 채권거래로 상호간 권리의무는 보험약관에 의해 정해진다. 생보사는 보험약관만 잘 이행하면 된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는 생보사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채권자의 지위에서 보험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질 뿐이다. 생보사의 성과와 손익에 대한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자의 생보사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발생된 상장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논리에 맞지도 않고 근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국내 생보사의 경우 법률적 설립형태는 주식회사이지만, (1) 유배당상품의 판매 (2) 주주와 계약자간 경영위험공유(risk sharing) (3) 부동산재평가차액을 계약자에게 배분한 점을 들어 “상호회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생보사가 상호회사라면 위의 주장은 맞다. 상호회사는 보험계약자들이 기금을 갹출해 상호보험을 운영하는 비영리사단법인으로서 보험업법에 근거해 설립한 회사이다. 보험계약자는 회사의 사원인 동시에 주인으로서 보험계약자간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를 운영하며 이익발생시 보험계약자들끼리 공평분배한다. 상호회사 계약자는 납입보험료 한도 내에서 유한책임을 지며, 보험회사의 자산상태가 부실해 파산, 해산의 우려 시 보험금을 삭감한다는 내용을 정관 상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보험업법(제56조)에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호회사의 보험계약자는 사원의 지위를 차지하여 보험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질 뿐만 아니라 사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어 경영성과에 대한 손익분배에 참여하게 된다. 즉 상호회사의 사원관계는 보험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보험계약자인 사원은 주식회사인 생보사의 주주와 같은 권리를 동시에 갖는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생보사는 결코 상호회사가 아니며 그러한 성격도 지니고 있지 않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보자.
(1)유배당상품의 판매
생명보험은 그 보험기간이 장기간이다. 그러므로 보험료산정의 기초가 된 예정사망률, 예정이율 및 예정사업비 등이 실제보다는 높거나 낮게 책정될 수 있다. 예정률과 실적 사의 차이로 이익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험계약자에게 배당하기로 한 보험이 유배당상품이다. 주식회사인 영리생명보험의 경우에도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험약관에 이익배당을 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는데, 생명보험회사가 유배당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해서 회사의 성격이 상호회사적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영업정책의 문제이지 배당상품을 주로 판매한다고 해서 주식회사가 상호회사로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보험회사가 유배당상품만을 취급하든 아니면 무배당상품을 취급하든 이는 경영자의 자유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어떤 구속이나 의무사항이 아니다.
주식회사가 유배당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상호회사가 무배당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주식회사에서 생명보험 계약의 장기성과 경영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보험요율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책정하고 추후에 이익이 발생하면 계약자에게 보험료 정산의 형태로 환원하는 배당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주식회사로서 상장회사인 손해보험회사도 유배당상품인 개인연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보험관련 법과 규정에서 주식회사 또는 상호회사라는 회사의 형태에 따라 판매상품을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미국, 일본 등 외국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주식회사 형태의 생보사가 유배당상품을 상호회사가 무배당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보주식회사의 유배당상품의 계약자는 보험약관 및 이익배분 기준에 따라 배분된 이익 외의 다른 경제적 이득을 상장의 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 상장차익의 인위적인 계약자 배분은 자본주의 하에서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반하며 해외투자자의 불신을 가중시킨다. 주주 고유의 몫인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일부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하에서 증권시장의 기본원리와 재산권보장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글로벌 시대 생명보험산업에서의 외자유치 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식회사의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상장이익을 주식으로 배분한 사례가 없다. 미국의 Hartford, Nationwide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상장 시 유배당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주식회사로서 상장에 따른 상장차익을 전액 주주에게 귀속시켰다. 미국의 Nationwide 생명은 1997년 3월 상장 시 기존 주식 104백만 주에 대한 주 당 $23.50(2,350배)의 자본이득 전액을 주주에게 귀속시켰다. 싱가포르의 Great Eastern(1969년), 대만의 국태생명(1964년)과 신광생명(1990년) 상장 시 자본이득 전액을 주주에게 귀속시켰다. 일본의 협영생명, 단체보험(비상장주식회사)이 기관과 일반인에게 주식 매각 시 자본이득을 전액 주주에게 귀속시켰다. 독일의 Allianz사의 한국 제일생명 인수 시 주당 59만원(액면가 5,000원)을 지급하고 4,500억원 전액을 주주에게 귀속시켰다.
주식회사와 상호회사의 구분을 법률적 및 경제이론적 근거에 의하지 않고 유배당 상품의 판매여부만을 놓고 주식회사를 상호회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며, 생보사의 상장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주식상장의 이익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불합리하다.
(2)주주와 계약자간 경영위험공유(risk sharing)
국내의 생보사가 ‘상호회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논거가 주주와 보험계약자간에 경영위험을 공유하여 왔다는 점이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었던, 1980년대 초에 실질적 파산상태에 처한 경우에 증자 등 주주에 의한 위험의 부담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배당 전 이익의 일부만을 배당재원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계약자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등 계약자에게 경영위험을 전가시켜왔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실질적 파산상태에서 증자 등 주주의 경영위험 부담이 없어 계약자에게 경영위험을 전가했다는 것은 보험회사 가치 산정 기준을 고려할 때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보험회사의 가치는 보유계약과 신계약의 미래가치, 보유자산의 재평가를 포함한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1980년대 삼성과 교보의 일시적인 결손상태를 실질적인 파산으로 볼 수 없다. 1982년 삼성의 자본계정은 0이었고, 교보의 자본계정은 -7억원이었는데 이것을 실질적인 파산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무리다.
또한 계약자 배당이 불충분하였다는 주장 역시 무리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약자 배당은 생보상품의 장기불확실성을 고려해 보험요율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책정하고, 이익발생시 계약자에게 사후적으로 보험료를 정산하는 제도이다. 유배당상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계약자배당금의 지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생보사들은 보험당국이 정한 계약자배당제도에 따라 누적결손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었음에도 계약자 배당을 실시하였다. 예를 들어 삼성 생명의 경우 배당 전 손실 또는 누적결손이 있는 상황에서도 감독 당국이 정한 특별배당이나 금리 차 배당을 실시하였다.
유배당상품의 보험계약자가 경영위험을 공유하였다고 하려면 과거 오랜 누적 적자상태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거나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이 삭감되거나 이를 보상받지 못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례는 전혀 없다. 최근 퇴출 또는 매각된 부실 생보사의 구조조정 사례를 보더라도 주주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주식이 무상 소각되는 등 경영상의 위험을 부담한 반면, 보험계약자는 계약 이전 및 예금자보호 등을 통하여 예금자로서의 권리를 전액 보상받았다. 따라서 생보사의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업에 따른 경영위험을 공유한 사실이 없다.
그리고 보험은 불확정한 사고로 생길 경제적인 손실을 단체를 구성하여 개인이 그 단체에 위험을 전가(transfer of the risk)하고 그 단체의 구성원에 의하여 손실을 분담(sharing of losses)하게 하는 제도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사고로 인한 손실을 서로 분담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있으나, 경영위험을 주주와 공유한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3) 부동산재평가차액을 계약자에게 배분한 점
1990년에 부동산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하여 그 차액을 계약자에게 배분한 것은 국내보험사가 상호회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정부가 보험사가 모두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당시 국내 생보사의 경우 유배당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상호회사적 성격 논리와는 무관하게 유배당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차원에서 정부가 재평가차액의 일부를 계약자 몫으로 배분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이는 다른 일반기업이나 외국 보험사들이 재평가적립금을 전부 주주 몫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생보사가 이를 계약자에게 돌려주었던 것은 계약자 이익제고를 위한 것이지 보험계약자에게 상호회사의 사원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재평가적립금 중 내부유보액이 자본계정에 계상되어 있는 만큼 이를 자본으로 전입하여 보험계약자에 주식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 역시 불합리하다. 주주지분이나 계약자지분과는 별도로 미실현이익인 재평가차액의 일부를 사내에 유보토록 한 것은 회사의 계속성, 재무건전성, 장래의 계약자 보호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확정된 계약자 몫”이라 할 수 없다. 한편 재평가적립금 중 내부유보액은 자본전입대상이 될 수 없으며, 계약자에게 주식을 배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990년 8월 당시 재무부 처리지침에 의하면 내부유보액은 계약자배당 및 결손보전 재원으로만 사용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자본으로 전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3. 결 론
생명보험회사는 주주의 출자로 이루어진 자본을 가지고 영리를 목적으로 생명보험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따라서 그 영업에서 생기는 이익은 주주에게 귀속된다. 보험계약자는 회사의 영업에 관여할 수 없는 보험계약상의 채권자에 불과하다. 생명보험주식회사가 공개요건을 갖춰 주권을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경우에 주가의 시세차익으로 자본이득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는 주주의 몫이지 보험계약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생보사의 상장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에 대한 주식배당을 유도하는 일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생명보험사의 주권상장은 증권거래법 등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고, 상장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주식시장의 원리에 맡길 일이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감독당국이 생명보험사의 상장이익을 주주와 보험계약자에게 분배하도록 개입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고 있는 권한이 아니다.
재산권보장이 잘 되지 않는 사회는 쇠퇴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보험계약자에게 상장이익을 돌려준다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다. 우리의 경제를 위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재산권침해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