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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간의 비공식 실무접촉에서 박길연 북한 UN 대사는 “지난 6월 30일에 이미 폐연료봉 재처리가 완료되었으며, 이를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라고 통보함으로서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핵문제가 또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고 있지만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던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은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 “진위여부가 확실치 않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제사회가 정한 한계선(Red Line)을 넘어 북한의 핵무장이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핵위기 지수가 그 만큼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위기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면 충돌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인적, 물적 희생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많은 한국과 미국 등 외부세계가 결국에는 북한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계속 몰아가려는 것 같다. 이것이 북한이 제1차 북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줄곧 사용해 온 이른바 ‘벼랑끝 전술’이며, 이번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통보와 함께 “미국과의 양자 대화가 먼저 이루어진 후에야 다자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존의 요구를 되풀이 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 관철을 먼저 요구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핵문제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저의를 다시 한번 드러내었다. 북한은 문제를 더욱 확대시켜 민족의 운명을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이를 외세의 압살에 대한 자위권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한반도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출과 마약, 위조지폐 등의 불법거래 규제는 물론 UN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국제사회 차원의 북한 핵무장 반대의사 확인, 경수로공사 문제검토 등이 다자간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노력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국도 북한과의 기본적인 교류와 협력 그리고 대화경로를 통한 평화적 해결노력은 유지하되, 미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의 이번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백지화시킬 수 있으며, 미국 강경파의 입장이 더욱 강화되면서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추가적 조치’를 취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급박하게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너무 안이하고 유화적인 대응이라는 비난을 더 이상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난 제1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적절한 대화’ 라는 표현을 두고 마치 북한이 다자간 회담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애써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이번 사태와 연결해서 볼 때 이해하기가 어렵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중국 방문 당시 언급했듯이 북한은 이제 중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만일 북한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한다면 한국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외부세계의 의지를 계속 과소평가하면서 사태의 인위적 악화가 상대방의 굴복을 가져올 것으로 착각한다면 이는 결국 북한 정권의 몰락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