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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9일은 한반도와 우리 민족을 다시 한번 위험에 빠뜨릴 뻔 했던 제2차 서해 연평 해전이 발발한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1년 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해군 경비정은 차단기동과 경고방송만을 하고 있었던 한국 해군 참수리 고속정 357호의 조타실을 향하여 불시에 85mm 함포로 선제도발을 가했으며, 이후 31분 동안 양측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우리 해군 장병들의 혼신을 바친 사투로 북한 함선과 북한 해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채 퇴각했으며, 서해 영해는 건재했다. 그러나 6명의 젊은 해군 장병들이 고귀한 목숨을 조국에 바쳐야 했으며, 십여명의 장병들도 부상을 입었다. 또한 2002 월드컵을 통해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하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중심국가로 각인되고 있던 한국은 또 다시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위험한 나라’로 일순간에 전락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제2차 서해 연평 해전은 자발적인 개혁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한국측의 선의를 저버린 북한의 만행이었다. 이는 변하지 않은 북한의 전술전략에 국가의 안전까지 볼모로 삼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가져온 비극이었으며, 김대중 대통령이 늘 강조했던 ‘튼튼한 안보’는 이 사건으로 실종되어 버렸다.
전사자를 포함한 참수리 고속정 357호의 장병들은 제2차 서해 연평 해전의 교훈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가르쳐주는 증인들이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제2차 서해 연평 해전에서 얻은 교훈을 어떻게 되새기고 그에 합당한 실천을 행했는가? 목숨을 걸고 영해를 사수했던 장병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했었는가? 라는 질문에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전사자의 장례식에 국가원수이자 국군의 통수권자였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참석도 하지 않았다. 또한 최근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군 궤도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두 여중생의 이름은 기억하면서도 제2차 서해 연평 해전에서 전사한 장병 6명의 이름을 묻는 미국 정부 당국자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난 25일 노대통령이 마련한 국가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은 작년 서해교전 전사자를 포함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울분과 우려를 했다고 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침략자의 포화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지켜낸 젊은이들이 이런 식으로 잊혀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한스럽고 개탄스럽다. 이들의 숭고한 피가 없이도 우리가 자랑하는 2002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현 정부가 주창하는 동북아의 중심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과연 지금 존재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1년 전 서해 바다에서 장렬히 산화했거나 그들과 함께 싸웠던 해군 장병들은 애국 애족의 모범을 행동으로 보인 자랑스러운 조국의 아들들로서 그에 합당한 칭송을 받으면서 조국과 민족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한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하여 국가안보를 책임진 현 정부 당국자들은 통일에 앞서 평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평화를 위해서는 안보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고 보답하는 길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