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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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측의 안보의식을 다시 한번 의심케 하는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방문했을 당시 고영구 국정원장을 비롯한 27명의 국정원 실무간부들과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이 가운데는 2급 이상에 해당되는 2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22명은 국정원 내부 보안업부 관리규정에 따라 그 신원은 물론 직책이 일체 기밀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들 22명의 사진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노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 기사와 첨부되어 무려 36시간이나 버젓이 공개되었고, 뒤늦게 청와대 대변인실의 요청으로 삭제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문제의 사진이 청와대 전속 사진팀이 찍은 것으로, 그동안 여타 기자단에게 취재가 불허되었고 제공조차 되지 않은 국정원 간부들과의 사진이 <오마이뉴스측의 요청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제공되었으며, 국정원조차 6월 22일 오전까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국정원은 뒤늦게 진상조사와 문책을 천명하고 있지만, 정보기관 핵심간부의 신원 노출이라는 치명적인 손실을 되돌리기에는 사후 약방문인 셈이다.
정보기관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극히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자체의 보안은 생명과도 같은 일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망각한 채 외부에 보안 대상사항을 아무 문제도 아닌 양 누출한 청와대의 일부 당직자들은 결코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정보 보안에 대한 정부 전체의 기강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받았던 인물들을 각각 국정원장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제기되었던 노무현 정부의 정보기관 정책에 대한 불안을 부채질하게 되었다. 이런 기본적 사안에서조차 미숙함을 나타내면서 어떻게 국정원 개혁을 논한단 말인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주요기밀 가운데 하나인 정보기관의 핵심적 간부들의 신원이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되었으며, 이는 국정원의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게 되었다. 현존하는 안보위협 세력인 북한측에 신원이 노출된 이들 핵심간부들을 전원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며, 이 경우 국정원 활동에 미칠 피해는 금전으로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시민회의는 도저히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이번 인재(人災)가 안보상의 의도적 자해행위가 아니길 희망한다. 북한 핵개발에 따른 안보환경의 불안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정보기관의 업무가 이런 해이한 보안의식으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조속히 관련자 문책과 기물 누출에 따른 ‘보이지 않는 막대한’ 손실을 복구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문제의 사진을 게재한 <오마이뉴스>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있는 언론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