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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노조가 22일 대등합병을 전제로 한 통합방안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닷새간의 총파업 사태가 마무리되고, 전산망 마비의 위기에 처해 있던 조흥은행이 23일부터 정상화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오는 25일경 예금보험공사와 조흥은행 인수 관련 본계약을 체결하고, 1~2개월 이내에 자금조달을 완료하여 8월말 경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전산망 마비와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였으나, 파업 과정에서 조흥은행 의총 원화예수금 50조원 가운데 14%이상이 경쟁은행사로 인출되는 등 훼손된 영업력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흥은행 노조와 신한금융지주간의 협상에서 고용보장, 임금인상,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조흥은행 상호 유지 및 최고경영자 선임 등 10개 합의사항에 최종 합의하였다. 또한, 파업과 관련한 사법처리는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조흥은행 노조측은 이번 협상에서 ‘매각 철회’의 주장을 관철시키지는 못하였지만, 전산망 마비를 무기로 사실상 많은 실익을 얻어 냈다. 이로써 화물연대파업에 이어 ‘밀어붙이면 된다’는 잘못된 노사 관행을 만드는 선례를 또 남기게 되었다.
조흥은행 파업이 전산망 마비와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노조의 경영 개입 불가’ 원칙을 무시한 채 쟁의 조정신청기간을 거치지 않고 불법파업을 하는 조흥은행 노조와 합병 시기나 은행장 선임 등 경영권 협상을 하였다. 21일 심야협상에서도 신한 지주 측에 경영권 관련 조흥은행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영향력을 미쳤다는 보도는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던 입장 표명과 달리 협상타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친노 성향 정책은 조흥은행 노조 측의 기대와 목소리를 높여 줌으로써 고객과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파업과 전산망 마비 위기라는 볼모를 사용하게 하였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노사 정책은 24일 이후 줄줄이 예고돼 있는 지하철, 철도 노조와 금융산업 노조 등 대규모 파업에서 파업의 수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하반기로 예정된 우리은행과 투신사 등의 매각에서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노사 정책과 개별사업장에의 지나친 정부개입으로 인해 국민경제에의 타격과 외국투자가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노사 정책은 이젠 정말 개선되어야 한다.
조흥은행 노조측은 그 어떤 이유로도 고객과 국민경제를 빌미로 파업을 강행해서는 안 되었다. 이제 노조측은 은행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정부는 친기업 정책 노선으로 바꾼다고 밝혔으나, 이번 조흥은행 노조 파업에서 ‘법과 원리’보다는 전산망 마비를 우려한 나머지 타협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하고, 노사간의 원만한 타협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건전한 노사 문화 발전을 위해 노사정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법과 원칙’에 철저한 일관성 있는 노사 정책을 펼쳐야 하며, 노조는 국민경제와 대내외 신인도에 타격을 주는 파업의 남발을 자제하고, 건전하고, 신중한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일궈 나가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