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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화물연대 총파업에 백기 든 국토부, 협상은 왜 했는가?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14일 종료됐다.
국토부와 화물연대 간 이루어진 합의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컨테이너·시멘트로 제한된 품목의 확대 등을 논의 한다”는 것이다.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적용 전(全) 차종 확대’이었음을 감안하면 화물연대의 요구조건을 ‘사실상’ 100% 수용한 것이다. 국토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협상을 왜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의 정식명칭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다. ‘공공운수’ 노조의 이름을 달고 국민의 먹거리를 볼모로 잡는 게 합당한 처사인 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는 급기야 한국경제의 급소인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 관련 물류를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에서 ‘안전’은 엄밀한 의미에서 수식어이다. 안전을 보장하는 운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운임은 경쟁을 제한하는 독과점적 운임단합의 성격이 짙다. 안전이라는 수식어는 화물연대의 이기적 행동을 가리는 방패막이에 불과할 수 있다.
안전운임제를 처음 도입할 때 교섭 대상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시멘트와 컨테이너 운반차량’에 한해 ‘3년 일몰제’로 우선 시행한 것이다. 따라서 3년 일몰제는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따라서 2020년 처음 시행할 때 합의한 ‘3년 일몰제’ 폐지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이를 빌미로 한 파업은 자가당착이다.
안전운임제 실시로 화주입장에서는 운임(컨테이너 차량 기준)이 이전보다 60~70% 올랐다고 하는 데 화물차주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파업 이전에 ‘다단계식’으로 지급되는 운임지급 구조를 고쳐야 상식이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교통안전이 확보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7~2019년 5,300~6,100건 수준이던 화물차(사업용 기준)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시행 이후인 2020년에 5,900건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한편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4만5,000여건에서 4만여건으로 약 11%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안전운임제 효과를 더 더욱 확신할 수 없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주도 2016년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지만 시행 2주 만에 접었다.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은 “도로안전을 운임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화물차 운전기사의 자격 강화 및 고령화 해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청년층의 화물차 운송시장 유입 유도, 운전자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대안이 제시됐다.안전운임제가 주장하는 ‘과로운전과 과적 방지’는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일을 우리나라는 운임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최근 한국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의 삼각파도에 쌓여 있다.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高)에너지 가격, 고(高)식량가격을 지목한다. 외부요인만 탓할 것이 아니라 ‘안전운임제로 인한 물류비용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2020년에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면서 3년의 일몰기간을 둔 것은, 3년 후에는 운임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다.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닫혀있을 수밖에 없다.
2022. 6. 17.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