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LH 공사 사태 수습, 공수처도 참여해야

지난 4일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 신규 택지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일부지역 부동산 가격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시작한 25번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시인하는 담당부처 장관의 공식적인 발언인 것이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장관은 문 정부 들어 25번째에 해당하는 2.4 부동산 정책 때 발표한 신규택지 공급은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즉,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가설을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낙오된 국민들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LH공사 사태에서 부동산 정책결정에 대한 내부정보 입수가 용이한 LH공사 직원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앞서 땅투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정부주도형 택지 공급 역시 투기를 근절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본인을 임명한 문 대통령의 지시만을 따라 실패한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하니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규정이 무색한 지경이 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가덕도 신공항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 부산시장 일가가 가덕도 인근의 땅 수만 평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을 보면 3기 신도시 입지선정과정에서 LH공사 직원들의 투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물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실패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면서 “이번에 제기된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합동조사단(합조단)을 구성해 국토부,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기업 임직원 전원과 지자체 신도시 유관부서 공무원,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는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유관 부서 근무 이력이 있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및 가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결국, 정부가 풀어 놓은 도둑을 잡기 위해 마을 전체 시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주도형 부동산 가격 안정정책은 결국 국민들에게 투기심리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투기에 가담한 자를 수색하기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는 오래된 격언이 사실임을 재확인하는 결과만을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투기의혹에 대한 조사와 수사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권한마저 없는 합조단이 문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뿌리 깊은 부패구조를 발본색원하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전 부산시장과 같은 전·현직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투기의혹을 조사하고 수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옛말에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도 맑다”고 했다. 합조단을 통해 말단 공무원 및 공사직원들과 그 가족들만을 전수조사하기 보다는 신도시 결정에 참여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조사와 수사 역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합조단과 함께 고위공직자의 투기의혹도 수사할 능력과 권한을 갖고 있는 공수처가 이번 투기의혹 조사와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부패구조 발본색원이 가능할 수 있다. 공수처도 이번 LH공사 사태 해결에 적극 동참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문 정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1. 3. 5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