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폐기하고 새로운 법안 마련해야.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재발방지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 발생시 기업주나 원청사업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대한민국이 OECD국가중 산재사망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하고 있다.

이 법안은 6개의 특별책임에 관한 규정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첫째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장, 심지어는 공중교통수단 등에서조차 종사자나 이용자 등이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유해‧위험방지의무를 부담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3조).

둘째는 제3자에게 하청을 준 경우에도 원청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하청사업자와 공동으로 유해‧위험방지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4조). 셋째는 유해‧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인에게도 별도로 벌금을 부과하고 허가 취소 등의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5조 및 제6조).

넷째는 유해‧위험방지 감독 또는 건축 및 사용에 대한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공무원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7조).

다섯째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이 의무위반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확보된 경우 이중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양형 절차에 관한 특례 조항도 두고 있다(안 제8조). 여섯째는 누군가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법인 등은 그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범위에서 징벌배상 책임을 지고, 입증책임도 사업주 등이 부담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안 제11조).

결론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장과 관련된 광범위한 영역 내에서 근로자나 이용자가 사망 등에 이르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 모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손해액의 10배까지의 징벌배상, 허가취소 등의 행정처분 등을 받아 도산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법리적으로도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책임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법치주의 핵심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공중교통수단에서 근로자나 이용자가 사망 등의 중대재해를 입으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스스로 유해‧위험방지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형사처벌되고 손해액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민사배상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하청업체의 사업장 내외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원청사업자와 그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고 손해배상도 연대해서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분명 위헌적 법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감독 및 인·허가할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재해 발생시 담당 공무원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 중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법률안이다.

세상에 어느 사업자도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것을 전제로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는다. 즉, 중대재해는 불의의 사고인 것이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이 OECD국가중 산재율이 1위인 것은 불가피한 현상일 수도 있다.

이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제조업이나 건설업을 하려는 사업자들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도산하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를 취소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산업재해문제는 차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재개정해서 중대재해 예방효과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우선 폐기한 후 제조업과 건설업도 살리면서 중대재해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1. 1. 3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