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문대통령, 대북전단금지법 재가 서둘러서는 안된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만 하면 내년 3월 말부터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가 법으로 금지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이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발간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대북전단금지법이 미국의 북한인권법 핵심 조항들과 정면충돌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급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문제제기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미국 상하원이 합동으로 통과 시키고 미 대통령이 승인한 북한인권법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대북전단금지법에는 북중 접경지대를 통해 보조기억 장치(USB) 등을 전달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어서 미국의 이의제기가 과도한 것은 아니다.
미국만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의 부위원장 등도 “한국이 이 법안 공포를 재고하도록 촉구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서한을 영국 외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국경없는 인권’과 미국 의회의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대북전단금지법의 공포를 재고하라는 성명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제 3국에서의 대북전단 등 살포 행위엔 해당 국가의 법규가 우선 적용될 것이므로, 국내 대북전단금지법이 적용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법률이 될 것이라는 점과 미국 등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문화될 법률을 굳이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문가들도 법률에 대한 해석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지 통일부가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설득력이 없는 해명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대북전단금지법에 분명히 제3국 행위자도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사법부가 법적용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몰이해가 전제된 통일부의 무리한 해석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북한주민들은 외부사회로부터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고립된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실효적 방법은 북중 접경지대를 통해 보조기억 장치(USB) 등을 전달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고비 고비마다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난국을 타개해 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주민들의 인권은 철저히 외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지금 국제사회는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의 엄중성을 묻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을 일관하는 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문 대통령이 재가를 유예하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추후 국제사회의 반응을 지켜 본후 재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20. 12. 24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