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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의 걸림돌인 스크린쿼터제 문제를 둘러싸고 재경부와 영화업계가 정면충돌했다. “스크린쿼터는 이기주의”라는 재경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영화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친미 경제관료들이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어 14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국익차원에서 영화계에 스크린쿼터의 양보를 촉구하고 있어 정부와 영화계의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1966년 극장주들이 한국영화에 대한 홀대를 막기 위해 생긴 것으로 영화상영관이 연중 106일이라는 일정기간을 한국 영화 상영에 할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 제도는 지난 98년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 개방영역에 속하면서 논란의 쟁점이 되기 시작했다. 현재 재경부는 한미투자협정(BIT)의 최대 걸림돌인 스크린쿼터 제도의 축소를 통해 국가의 경제적 이득을 모색하고자 하나 영화계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주권을 이유로 내세워 스크린쿼터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문화를 상품으로 인식하여 경제적 논리로만 이 문제를 바라봐선 안된다는 영화계의 주장은 다소 일리가 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제도 자체가 이미 4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의 국제관계나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제고의 필요성이 있다. 즉, 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 50%에 달하는 성과를 내며 나날이 발전을 더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크린쿼터만이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유일한 제도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음악, 미술, 출판 등의 문화산업은 이미 개방을 한 상태인데 유독 영화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그 설득력을 상실하며 영화인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스크린쿼터 제도가 마치 경제관료와 영화인들만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어 논란의 주체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영화산업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인 관객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한다면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관객의 권리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료를 지불하는 것은 영화인들이 아닌 수요자의 권리이고 몫이다. 따라서 영화계는 상영 일수 유지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우수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 제작에 주력하여, 시장내에서 공정경쟁을 통해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민회의는 영화계와 정부가 평행선이 아닌 열린 자세로 대화와 협의를 통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맞게 개선된 스크린쿼터 제도가 만들어 지길 바란다.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가장 우려하는 헐리웃 직배사의 횡포에 대해 현행법인 공정거래법으로 해결점을 모색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안없는 스크린쿼터 축소정책 추진이 아닌 쿼터제내에서도 해결되지 못했던 소규모 영화 보호를 위해 세제혜택이나 보조금지급등의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등 영화계와도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대안모색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